[고고학에게 말 걸기 20선]<7>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

  • 입력 2009년 6월 1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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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스티븐 버트먼 지음/루비박스

《“현재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하지만 과거는 역사적 원근법으로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다. 과거는 시작과 중간과 결말이 완비되어 있고, 그 원인과 결과는 언제든지 해부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중략) 과거도 한때는 현재였다. 우리가 과거의 고유한 특징들을 과거에 되돌려 주기만 하면, 과거의 자연스러움과 생기를 과거에 되돌려 주기만 하면 우리도 과거를 볼 수 있다. 옛날의 우리 얼굴을 보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겨울바람 속에 서서, 한때는 무성했지만 지금은 죽어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에서 힘을 얻어야 한다.”》

기술이 아닌 ‘가슴’으로 발굴하라

고고학은 호기심을 먹고 자라는 학문이다. ‘옛날 이곳에는 누가 살았을까’ ‘옛날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을까’ 같은 질문은 고고학의 작은 출발이었다. 고고학을 이해하는 데도 어려운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휴지통 속 내용물을 조사하는 것으로 고고학의 중요한 방법론을 이해할 수 있다. 휴지통 속에 켜켜이 쌓인 내용물의 상대적 위치를 파악해 시간을 재구성하는 것은 고고학자들이 발굴현장에서 하는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고학자는 탐정이 ‘범죄’를 재구성하듯 증거를 찾아내 기록하고 하찮아 보이는 것도 유심히 관찰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저자는 여기에 하나를 추가한다. 첨단기술이 고고학을 풍부하게 하고 있지만 고고학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인간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때 지구상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력을 찾아내 깊은 동정을 느끼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정직하게 서술하는 것이 고고학자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딱딱한 학문으로서의 고고학이 아닌 수필처럼 써내려 간 고고학 저서다. 현재 캐나다의 한 대학에서 고대와 현대의 언어와 문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먼 옛날 이집트 미라의 시선에서, 폼페이 최후의 순간을 목도한 여인의 시선에서 고고학적 발견과 발굴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간다.

책은 시공을 초월한다.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트로이의 성벽으로, 사해 기슭의 황야에서 폼페이의 매음굴로, 중국 만리장성에서 태평양의 이스터 섬까지 수천 km의 공간과 수천 년의 시간을 오간다.

책 속에 나열된 26개 사건 속에서 저자는 흙먼지 속에서 여전히 숨쉬고 있는 인간적 삶을 복원하고자 한다. 이집트 투탕카멘 왕을 비롯해 잉글랜드 아서 왕, 중국 진시황제, 로마에 맞서 최후 항전을 벌이다 죽은 마사다 요새의 전사, 덴마크 늪지에 묻힌 채 수백 년 동안 썩지 않고 보존된 농부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흙먼지 속에 파묻힌 두개골을 보며 저자는 고고학이 회고적인 학문인 동시에 미래의 학문임을 말한다. 고고학자가 손에 들고 있는 두개골은 다른 사람의 과거를 상징할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미래도 상징한다는 것. 이를 통해 저자는 삶의 덧없음을 깨닫지만 결코 염세적이지 않다. 저자는 “충실하게 살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삶의 유한성에 있고 진정으로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달을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삶의 덧없음에 있다”고 말한다. 인간 존재의 덧없음을 증언하면서 그토록 쉽게 잃어버릴 수 있는 것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게 유골의 교훈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고대 한 사상가의 말을 통해 이를 보여준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돌을 던져 버릴 때가 있고 모아들일 때가 있으며….”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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