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SBS 웃찾사 간판코너로 부상 ‘1학년 3반’

  • 입력 2005년 10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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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우리 2학년 때도 같은 반 친구 되자! 푸∼” 초등학생들의 대화를 통해 어른들을 풍자하는 SBS ‘웃찾사’의 코너 ‘1학년 3반’. 왼쪽부터 김홍준, 최재욱, 박규선. 사진 제공 SBS
“친구야 우리 2학년 때도 같은 반 친구 되자! 푸∼” 초등학생들의 대화를 통해 어른들을 풍자하는 SBS ‘웃찾사’의 코너 ‘1학년 3반’. 왼쪽부터 김홍준, 최재욱, 박규선. 사진 제공 SBS
“안녕! 나는 1학년 3반 반장 최재욱이야.”(최대한 믿음직스러운 목소리)

“안녀∼엉! 나는 1학년 3반 애교짱 김홍준이야.”(있는 애교 없는 애교 다 부리는 목소리)

“헤헤. 안녕! 난 1학년 3반 박규선이야.”(악동다운 말투)

인사부터 제각각인 이 철없는 ‘초딩(초등학생)’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의 코너 ‘1학년 3반’. 4월 첫 방송 후 6개월 만에 ‘웃찾사’의 간판 코너로 자리 잡았다. “됐거든”, “너도 똑같거든” 등 이들이 퍼뜨린 유행어는 어느새 남녀노소의 새로운 말버릇이 됐다.

유치한 이들의 대화에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강서구 등촌동 SBS 공개홀에서 만난 최재욱(24) 김홍준(20) 박규선(20). 이들의 진짜 목소리는 굵고 남자다웠다.

▽박규선=요즘은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입문하는 사람들조차 성숙되고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는데 저희는 거꾸로 갔어요. 그게 맞아떨어졌나 봅니다. ‘1학년 3반’은 ‘키덜트’ 문화와 풍자를 개그로 버무려 만든 코너랍니다.

▽김홍준=“우리 엄마는 쌍커풀, 코 수술 다 해 놓고 TV에 나오는 연예인들만 보면 다 성형수술했다고 말하셔. 정작 우리 아빠는 엄마 얼굴 못 알아보겠다고 하던데”라고 개그를 한 적이 있어요. 어른들은 뭐가 잘못됐는지 스스로 잘 모르고 살잖아요. 그걸 아이들의 입으로 일깨워 주고 싶었어요.

이들의 개그 코드는 △절친한 친구 사이 같지만 알고 보면 서로 헐뜯고 시기하는 사이 △놀림을 당한 박규선이 ‘됐거든’을 외치며 놀린 친구들을 당혹하게 하는 장면 △겉으로는 다정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푸’ 하고 서로 비웃는 모습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다툼-화해를 끝없이 반복하는 어른들의 가식적인 세태를 풍자하는 것이 ‘1학년 3반’ 개그의 핵심 코드다.

▽박=사실 “됐거든”이 유행해서 저를 친숙하게 보시는 것 같아요. 2년 전만 해도 제가 버스 뒷자리에 앉으면 버스가 만원이어도 제 옆자리에는 앉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만큼 ‘비(非)호감’ 얼굴형이었는데 요새는 다들 제 매력이 귀여움에 있다고 하던데요. 하하.

▽최재욱=아이들 목소리가 하이톤이라 흉내내기도 어려워요. 그래서 전 삼겹살 비계를 먹으며 목을 가다듬죠. 마침 저희 집이 삼겹살 구이 가게를 하다 보니…. 홍준이는 아이처럼 팔짝팔짝 잘 뛰려고 식초를 먹죠.

▽박=전 그다지 어렵지 않던데요. 밥 좋아하고 지저분한 것 못 참고 ‘됐거든’ 하면서 여성스럽게 부채질하는 모습들 그 자체가 제 생활이거든요. 이제는 아예 제가 놀림당하는 부분 아이디어를 제가 내곤 하죠.

세 사람은 ‘1학년 3반’ 코너 이름처럼 동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때로는 진짜 1학년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든다고 한다.

▽박=집이 가난해서 지금도 제가 번 돈을 엄마에게 드려요. 어렸을 때는 엄마한테 돈을 받아썼으니 돈에 대한 개념을 잘 몰랐죠. 지금은 얼마, 몇 원 등등 돈을 따지는 제 자신이 좀 부끄럽기도 해요. 돈을 알아가는 것. 그때마다 1학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갑자기 분위기 침울. 그러자 최재욱과 김홍준이 옆에서 박규선을 찌른다.

▽최=야. 그래도 우리가 있잖아. 앞으로 우리도 ‘컬투’ 선배님들처럼 ‘1학년 3반’ 셋이 뭉쳐서 계속 개그 해야지. 우린 친구잖아. 친구야. 푸∼.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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