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권장도서 100권]<59>당시선-이백(李白) 외

  • 입력 2005년 6월 11일 0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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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흔히 ‘시의 나라’라고 한다. 중국은 오랜 역사를 통해 방대하고 다양한 문화를 이루었는데, 그 문화유산을 대표하는 것이 시라는 뜻이다. 현전하는 중국의 문헌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시경(詩經)’이다.

중국 문화의 남상(濫觴·모든 사물의 시발점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에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2500∼3000여 년 전 시가 수록되어 있으니, 중국의 역사는 시로써 시작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또한 시를 짓는 능력이 관리 선발의 기준이었던 당대(唐代) 이후 청대(淸代)까지 거의 모든 지식인이 시를 창작했다는 점에서도 중국은 시의 나라라고 불릴 만하다.

수천 년 중국 시사(詩史)에 있어서 가장 높은 성취를 이루었다고 평가 받는 것이 당대에 창작된 시, 즉 당시(唐詩)다. 이백(李白), 두보(杜甫), 왕유(王維), 백거이(白居易) 등 여러 대가가 수많은 시를 지었는데, 이 중 명편들은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있다.

중국의 시가 중국 문화의 정화(精華·뛰어난 부분)이고, 당시가 중국 시를 대표하기 때문에 중국 문화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당연히 당시를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전하는 당시는 그 양이 너무 많다.

청대에 편찬된 ‘전당시(全唐詩)’만 보더라도 시인의 수가 2000명이 넘고 수록된 시가 거의 5만 수가 되니 일반인이 이를 모두 통독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예로부터 여러 사람이 명편을 골라서 편찬하는 작업을 해 그중 대표성을 갖는 선집(選集)이 널리 보급됐다.

당시에는 여러 시인의 갖가지 정감이 표출되어 있다. 몇 편을 예로 들어 보자. 이백이 봄날 달 아래서 혼자 술을 마시며 지은 시 ‘달 아래 혼자 술을 마시며’(月下獨酌)에는 절대 자유를 추구하다가 이루지 못한 천재의 고독감이 진하게 배어 있다. 두보가 전란의 참상을 보고 지은 시 ‘석호의 관리(石壕吏)’에는 위정자의 잘못으로 고통 받는 인민을 가슴 아프게 바라보는 지식인의 분노가 담겨 있다. 그리고 왕유가 대나무 숲에서 유유히 혼자 놀다가 밝게 비치는 달빛을 보고 지은 시 ‘죽리관(竹里館)’에는 담담한 마음으로 세계를 관조하려는 지향이 응축된 필치로 표현되어 있다.

이 밖에도 인간의 다양한 서정과 사상이 녹아 있어서, 이런저런 시를 읽다 보면 절로 한시의 세계 속에 빠져들게 된다. 따라서 당시의 명편은 현대인으로 하여금 선인이 삶 속에서 추구한 풍류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새삼 음미하게 해준다. 또한 기계문명과 물질만능주의 속에서 정신세계의 가치를 잊고 사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당시의 선집은 당대 이후 100종 이상이 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오늘날에도 선정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종류의 선집이 나와 있으니, 당시를 읽으려는 독자들은 이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할 것이다.

서울대출판부에서 출간한 ‘당시선(唐詩選)’은 당대의 대표적 시인 50명의 작품 약 270수를 시기순으로 수록했다. 선정한 작품에 대한 번역과 주해(註解)를 달고 해설을 곁들여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이영주 서울대 교수·중어중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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