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 좌담]대북특사, 숨가쁜 상황이었지만 비판적 시각 아쉬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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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화 무드와 미투 운동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19일 본사 회의실에서 ‘남북 관계 및 미투 운동 확산과 언론 책무’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이진녕 미디어연구소장, 류재천 조화순 위원, 김종빈 위원장, 신용묵 이준웅 천광암 위원.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19일 본사 회의실에서 ‘남북 관계 및 미투 운동 확산과 언론 책무’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이진녕 미디어연구소장, 류재천 조화순 위원, 김종빈 위원장, 신용묵 이준웅 천광암 위원.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 꽁꽁 얼었던 남북 관계가 남북 정상회담 성사 등 대화 국면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불길처럼 확산되고 있는 요즘이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19일 ‘남북 관계 및 미투 운동 확산과 언론 책무’를 주제로 토론했다. 》
 
―오늘 좌담은 정부 정책이나 사회현상에 대한 옳고 그름을 얘기하는 것보다는 동아일보 기사를 중심으로 논의해 보겠습니다.

△이준웅 위원
=남북문제는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고, 우리 정부가 연관돼 있는 만큼 동아일보가 세계적 특종을 낼 수 있는 이슈라고 봅니다. 그런데 기사의 상당수가 정부 발표, 외신, 전문가 논평으로 채워지는 것 같고 특히 정부 발표에 의존하는 보도가 많아 아쉽습니다.

△조화순 위원
=3월 6일자 헤드라인은 ‘특사단 방북 3시간 만에 김정은 만찬’이었습니다. 김정은을 만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북핵 이슈를 신중히 보는 시각에서는 정부 입장을 그냥 전달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남북회담 결과가 비핵화로 연결될 수 있을지 아직은 논란이 많은 이슈이므로 이런 제목이 적절한 것이었나를 짚어봐야 합니다.

△천광암 위원=당시는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대북 특사단을 언제 어떤 형식으로 만나느냐 하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였던 상황이어서, 충분히 의미 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용묵 위원=제목이 독자가 아닌 전문가 중심으로 뽑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3월 12일자 A1면의 ‘김정은 평양에 미대사관 메시지 전했다’는 독자들이 한참 살펴봐야 이해할 수 있는 제목입니다. 특히 생소한 용어를 쓸 때는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면 좋겠습니다. 북한 김정은이 ‘정상국가로 대우해달라’는 제목을 뽑았으면 북한을 정상국가로 대우하는 것이 가능한지, 걸림돌은 뭔지 등을 독자 입장에서 전달해주는 게 바람직합니다.

△류재천 위원=남북 대화 국면에 ‘비핵화’ 등 궁극적인 목적이 빠져 있다는 느낌입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는데, 남북과 북-미가 대화하면 통일이 다가온다는 식으로 긍정 일색으로 읽히는 면이 있습니다. 세계적 석학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북-미 대화가 잘 안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 개연성이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기사가 많으면 좋겠습니다.

△김종빈 위원장
=대치 국면에서 왜 북한이 갑자기 대화 카드를 들고나왔는지, 미국의 대북제재 효과가 얼마나 주효했는지 등을 궁금해합니다. 3월 8일자 A4면 기사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과 정당 대표 회담에서 한 야당 대표가 남북 대화 국면을 비판적으로 말하자 문 대통령이 “대화 말고 무슨 대안이 있느냐”고 되묻는 내용이 나옵니다. 대화 말고 방법이 없다면 북한의 협상력을 높여주는 말 아닙니까. 이 국면에서 대화 말고는 정말 방법이 없는 것인지 깊이 있게 다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조 위원=남북 관련 보도를 타지와 비교하면 동아는 매우 긍정적으로 다뤘다는 느낌입니다. 헤드라인도 그렇고 보도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언론 본연의 기능은 최대한 신중하고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것입니다. 대화만 하면 마치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것은 문제입니다. 3월 7일자 A2면에서 역대 남북 정상회담을 비교했는데, 북한이 비핵화 등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냉철하게 비판해야 옳다고 봅니다. 예컨대 ‘10·4 남북 공동선언 발표’만 그냥 쓸 것이 아니라 이후 이행 여부를 독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정부가 핑크빛 전망을 쏟아내면서 이런저런 합의를 섣불리 하지 못하도록 견제 기능을 해야 합니다.

△김 위원장=언론의 기능은 역시 견제 역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다음 주제를 논의해보죠.

△조 위원
=최근 미투 운동 이후 사회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려는 기사를 동아도 많이 내고 있기는 하지만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다룬 단편적 기사도 적지 않습니다. 구조적으로 어떻게 문제가 됐고,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담론은 잘 형성되는 것 같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류 위원=일부 방송이 미투 운동을 선정적으로 다루는 것을 봤는데, 동아만이라도 중심을 잡아줬으면 좋겠습니다. 당사자 반론권 보장, 가족의 인권 보장 등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 위원=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장소로 알려진 오피스텔을 제공한 사람이 친구이고, 충남도에서 공사 계약을 딴 당사자였다는 기사는 권력형 성적 억압이라는 점을 드러낸 것 같아 좋았습니다. 이주여성의 성폭력 기사도 일상적으로 고통당하지만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계층인 이주여성 문제를 짚어줘 좋은 기사였다고 봅니다.

△신 위원=‘미투 폭로 더 쉽게, 처벌은 더 세게’(3월 9일자)란 제목은 독자들이 볼 때 공허한 구호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어떤 여성보호 정책을 실행하고 있었기에 이런 상황이 생긴 건지, 현행법으로는 이런 문제점을 왜 담아내지 못하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조 위원=‘권력 뒤의 추악한 그들, 여성 유린 죄의식조차 없었다’(2월 28일자 A12면)란 기사는 ‘미투’와 ‘권력’이 어떻게 연결됐는지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미투 운동 이후의 바람직한 성의식 등 우리 사회 모습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담긴 기사가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천 위원
=본보는 미투 운동을 보도하면서 발생하는 뉴스를 단순히 뒤쫓아 가는 데 그치지 않고, ‘외칠 수 없는 미투…이주여성들이 운다’ 시리즈 등을 통해 우리 사회 인권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문제 등의 어젠다를 발굴해 심층 보도했습니다. 3월 2일자 ‘성추행 상습성 인정되면 친고죄 폐지 前 범행도 처벌 가능’ 기사는 수사기관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내용을, 신문이 판례 분석을 통해 처벌 시점 소급 가능성을 밝혀낸 사례입니다.

△김 위원장
=미투 운동의 본질은 불평등한 남녀 관계, 왜곡된 성문화를 바로잡아 달라는 외침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사람이 희생되면서까지 치러야 할 혁명이나 혁신은 없다는 것입니다. 사회운동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방법이 동원돼야 하지만 후유증은 없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성폭력 외에 다른 사안을 섞어 가해자를 불법자로 낙인찍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최근 동아일보 보도 중 눈에 띄는 다른 기사들에 대한 평가도 해주시길 바랍니다.

△류 위원=집중근무제를 다룬 3월 13일자 A5면 ‘워라밸을 찾아서’는 실제적으로 와 닿는 얘기로 공감이 갔습니다.

△이 위원=수면장애 기사(3월 16일자 A15면)를 읽어 보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동아일보가 공동으로 분석했다고 나오는데 공동 프로젝트였다는 건지, 기자가 데이터를 함께 분석했다는 건지 배경 설명이 빠진 느낌입니다.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내용인데, 너무 데이터 위주로 써서 주목도가 높지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조 위원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문제는 노사관계 현안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 이슈라 심도 있게 다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현 정부가 노동자 친화적인 성격이므로, 정부가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 나갈지 살펴봐야 합니다.

△김 위원장=청년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예산을 많이 들였는데 정부 정책 방향은 맞는 것인지, 기대보다는 효과가 미미한 이유와 배경을 심도 있게 분석하는 기사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동아일보에 보도된 핫이슈를 중심으로 한 토의가 앞으로의 지면 제작에 좋은 참고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정리=김동원 daviskim@donga.com·이원주 기자

#미투 운동#남북 관계#미투 운동 확산#언론 책무#대북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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