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조현일]소박한 생활낚시, 제주의 즐거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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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학원을 운영할 때, 원장 모임에 나가면 학원 운영에 관한 얘기를 제외하곤 가장 큰 주제거리는 골프와 낚시였다. 휴일마다 이른 새벽에 아내가 잠든 사이 몰래 빠져나와 몇 시간 거리가 되는 강이나 바다로 나가 낚시를 즐긴다는 형님들의 말에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4면이 바다인 제주에선 낚시를 빼놓고는 대화를 이어가질 못할 정도다.

제주에는 낚시 패키지가 있을 만큼 육지에서 낚시꾼들이 많이 몰려든다. 모든 취미와 레저가 그렇듯이 제대로 하려고 하면 많은 돈이 든다. 수백만 원의 낚시장비, 한 번 출조할 때마다 들어가는 수만 원의 미끼값. 제대로 갖추어서 낚시를 하려면 고급 횟집에서 돈 주고 사먹는 것을 능가하는 금액이 매번 출조할 때마다 필요하다.

나 또한 제주에 와서 처음 낚시를 시작할 때는 여러 장비를 구입하고, 몇만 원의 밑밥을 사 출조를 나갔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파도에 쓸려가도 그리 속상하지 않을 낚싯대와 릴에 밑밥 없이 미끼 하나만 가지고 바다에 나간다.

제주에 살고 있는 우리가 잡고자 하는 것은 모두가 놀랄 만한 대물이 아니라, 오늘 저녁에 딸아이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크기와 적당한 양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가끔 동네 삼촌들과 양어장에 물 나올 때를 맞추어 흘림낚시를 하러 가기도 하고, 낚시꾼 적은 곳에서 작은 밑밥통에 미끼를 함께 던지는 카고 낚시를 하기도 한다. 이것은 대물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날 저녁 반찬거리를 반드시 마련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큰 욕심 부리지 않으니 낚시는 여유롭고, 주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허름한 낚싯대와 지렁이 한 통, 들통 하나 들고 현란한 장비의 전문 낚시꾼 사이에서 낚시를 하면서도 큰 고기는 아니래도 쏙쏙 고기를 뽑아내는 삼촌들을 보면 가끔은 통쾌해 보인다.

이제 제주도 바다의 수온이 점점 오르고, 아기 벵에돔이 잡어와 같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6월 중순 정도면 25cm 이상의 벵에돔이 올라올 것이다. 참돔, 돌돔을 잡기 위해 제주로 더 많은 꾼들이 몰려들 것이다. 제주 바다는 제주도민만의 것이 아니다. 육지에서 낚시를 즐기러 오는 꾼들도 낚시 후 주변 정리를 잘해 주었으면 한다. 남아서 버린 미끼와 밑밥 냄새가 나고, 벌레들로 방파제와 갯바위가 망가지는 경우가 아주 많다.

제주 낚시는 전문 낚시꾼이 아니더라도 젊은 커플들도 구멍치기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값싼 민장대에 미끼만 끼우고 테트라포드 구멍 사이에 줄을 내리고 기다리면, 곧 낚싯바늘에 고기가 물려 올라온다. 독가시치와 쓸종개 등 독이 있는 물고기도 있으니, 지느러미에 손이 찔리지 않도록 조심만 하면 그날 간단히 먹을 만큼의 양은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바람이 잔잔해지고 물때가 맞으면 낙천리에 사는 형님에게서, 한원리에 사는 동생에게서 전화가 온다. 그럼 미끼 한 통, 낚싯대 하나, 들통 하나 들고 오늘 저녁도 바다 보러 포구에 나간다.

― 조현일

※필자(42)는 서울, 인천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다 2년 전 제주로 이주해 여행 숙박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원 운영#골프#낚시#제주 낚시 패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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