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총 비판한 대통령, 기업을 ‘일자리 동반자’ 삼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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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 보름 만에 일자리 창출의 한 주체인 기업을 개혁 대상으로 모는 분위기다. 4000여 개 기업을 회원으로 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김영배 부회장이 25일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힘든 지경이라고 밝힌 것이 발단이라면 발단이 됐다. 문 대통령은 다음 날 “경총은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라며 반성을 요구했고 더불어민주당은 27일 “기득권 구조를 지키기 위해 버티지 말라”고 논평을 냈다. 어제는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큰 기득권은 재벌”이라며 재벌개혁을 시사했다.

새 정부가 국정과제 1호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한 만큼 재계에 강한 메시지를 전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과보호도 한 원인”이라는 경총 부회장의 발언은 틀린 말이 아니다. 대기업은 노동의 경직성 때문에 중소기업으로 아웃소싱(외주)을 하는 것이고, 전체 비정규직의 94.4%는 중소기업에 있다. 대기업은 정규직으로 전환할 여유가 있어도 중소기업은 견디기 어려워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정규직만 고집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경총 회원사의 90%가 중소기업인데 양극화의 원인이 경총이라는 말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정부가 노동계의 요구에 끌려다닌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암울하다. 지난 주말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민주노총은 ‘지금 당장 촛불행동’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비정규직 철폐, 노조 할 권리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노조가 2000년 정규직의 고용과 임금을 보장하려고 생산량에 따라 비정규직을 투입하도록 합의한 ‘완전고용 합의서’가 비정규직 문제의 시작이라는 송호근 서울대 교수의 지적처럼 대기업 강성노조 자체가 기득권이다. 정부가 대기업 노조의 문제를 알고도 쓴소리 한마디 하지 않는 것은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는 것이다.

혁신과 변화가 일상화되는 지능정보사회에서 경직된 노동구조로는 경쟁할 수 없고 계약직, 시간제 등 비정형적인 고용형태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도 저서 ‘한국 자본주의’에서 정규직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특정 일이 일시적이고 단기적으로만 필요하다면 기간제 노동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다”고 현실을 인정했다. 정부는 대기업을 양극화의 주범으로 몰지 말고 좋은 일자리 창출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소통해야 한다.
#일자리 대통령#한국경영자총협회#장하성#대통령정책실장#한국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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