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이정재]농업, 첨단혁신산업이 될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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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명예교수
이정재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명예교수
농업은 은퇴가 없는 산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65세 이상의 고령 농가의 연수입은 40, 50대 고소득 농가의 3분의 1에도 못 미쳐 은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벼농사에 필요한 노동시간은 연간 20일 정도인 데 비해 고소득 농업은 연간 250일 정도나 된다. 수입이 줄어도 나이든 농부는 힘이 덜 드는 벼농사로 바꿀 수밖에 없다. 2015년 현재 농부의 평균 연령은 67세로 이미 늙었다. 쌀이 남아도 벼농사를 줄이는 정책을 펼치기가 어려운 이유다.

흥미롭게도 우리나라 밖에서 농업은 첨단 혁신산업이 되고 있다. 지금도 삼성전자 규모가 되는 카길, 네슬레, 몬산토 같은 농산업 회사가 즐비하다. 나일론을 발명한 세계적인 화학회사 듀폰도 주력 분야를 섬유에서 농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첨단 미래농업의 한 분야로 주목을 받는 스마트팜의 세계 시장 규모도 5년 후에는 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한국 밖에서는 농업의 미래를 밝게 보는데, 왜 한국에서는 농업으로 꿈을 펼치려는 젊은이가 없는 것일까? 도시는 젊은 실업자로 넘쳐나는데도 말이다

생산량이 이전보다 많게는 10배에 이르는 첨단 농산업은 많은 자금이 필요한 자본집약산업인 데다 세계시장과 같은 큰 소비시장이 필수적이다. 젊음의 패기와 열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장애물이다. 그렇다고 충분한 자본과 첨단기술을 가진 기업이 뛰어들면 정작 농촌의 주인인 농민이 소작인으로 전락한다는 반발에 부딪힌다.

이제 젊은이들이 농촌에 정착해 첨단 농산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우선 농민과 기업 및 지역사회가 함께 첨단 농산업에 필요한 자본과 기술, 인력을 마련하도록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농민은 생산과 가공을, 기업은 유통과 판매를, 지역사회는 자본과 소비를 각각 제공해 첨단 농산업의 기반을 마련하고, 각자의 기여에 맞게 이익이 분배되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 서유럽 국가들이 1990년대 중반부터 힘써온 여유와 안정, 깨끗한 환경과 같은 농촌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함인 ‘농촌 어메니티(rural amenity)’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이정재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명예교수
#농업#벼농사#첨단 혁신산업#스마트팜#농촌 어메니티#rural ame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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