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너무 추워 견딜 수 없어요” 혹시 갑상샘에 문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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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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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추위민감증, 질병 가능성 점검하세요


《경기 김포에 사는 김소정 씨(가명·29·여)는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탄다. 날씨가 추워진 근래에는 꼭 두꺼운 털스웨터를 입고 외출을 한다. 실내에서도 털 코트를 입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집 안에서는 보일러를 켜 놓아도 한기를 느껴 책상에 앉아도 집중하기가 어렵다. 밤에는 전기장판을 켜지 않으면 잠도 못 잔다. 대낮에 햇빛이 비치면 주변 사람들은 “날이 따뜻해졌다”고들 하지만 김 씨는 여전히 춥다고만 느낀다.》
김 씨처럼 비정상적일 정도로 추위를 못 견디는 상태를 ‘추위민감증’이라고 한다. 몸에 피하지방이 극도로 적은 마른 여성들에게서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이런 여성들의 경우 추위 뿐 아니라 더위도 못 견딘다.

추위에만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추위민감증은 갑상샘(갑상선) 기능저하증, 레이노증후군, 빈혈 등과 같은 질환을 갖고 있을 때 나타날 수 있다. 지독한 추위를 느끼는 게 혹시 병 때문은 아닌지 알아보도록 하자.

○ 올해가 유달리 춥다면 갑상샘 질환 의심


매년 기온엔 큰 차이가 없는데도 올 겨울이 유난히 춥다고 느끼는 경우엔 갑상샘 기능 저하증 때문인지 의심해봐야 한다. 목 아래에 위치해 있는 갑상샘의 크기는 폭 2cm, 길이 5cm 정도로 작지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에서 분비되는 갑상샘 호르몬이 열과 에너지를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갑상샘 기능저하증은 갑상샘 호르몬 분비량이 정상보다 떨어진 경우를 뜻한다.

이 호르몬이 적게 분비되면 몸의 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열이 발생하지 않고 추위를 많이 타게 된다. 땀이 잘 나지 않고 피부가 창백하게 변하기도 한다. 쉽게 피로해지고 의욕이 없을뿐더러 기억력도 감퇴한다. 얼굴과 손발이 붓고 잘 먹지 않아도 체중이 늘어난다. 김민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추운 증상과 함께 평소보다 피로를 많이 느끼고 몸이 붓거나 체중이 늘고 목소리가 굵어졌다면 반드시 갑상샘 기능 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갑상샘 기능저하증은 갑상샘을 수술해 많이 잘라냈거나 방사선요오드 치료를 받았을 때도 생길 수 있다. 만성 갑상샘염을 앓을 경우에도 생긴다. 대부분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자각증상이 거의 없어 검사를 받아야만 확인이 될 때가 많다. 이 질환은 치료하지 않으면 핏속의 콜레스테롤이 증가해 동맥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심해지면 심장질환이 나타나거나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갑상샘 기능저하증은 갑상샘호르몬을 보충하면 치료할 수 있다. 송영기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갑상샘 기능저하증은 대부분의 경우 한 번 발생하면 영원히 앓게 돼 평생 동안 호르몬제를 복용한다”고 말했다. 영구적으로 약을 먹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있지만 매일 음식을 먹어야 기운이 나는 것으로 생각하고 복용하면 된다.

송 교수는 “갑상샘 호르몬제를 장기간 사용하면 뼈엉성증(골다공증)에 걸린다고 알고 있는 경우도 있으나 필요량을 크게 초과해 복용하는 경우 외에는 절대로 이런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 창백한 손가락, 레이노증후군 가능성도

갑작스러운 추위에 노출됐을 때 손가락이 창백해지고 점차 푸르스름해지면서 저리고 아픈 느낌이 생긴다면 레이노증후군을 의심해보자. 레이노증후군은 추운 곳에 나갈 때 손가락이나 발가락, 코나 귀 끝부분에 혈관이 수축해 혈액순환장애를 일으키는 병이다.

레이노증후군은 간단히 진단할 수 있다. 찬물에 손을 넣고 손가락 끝이 하얗게 변하면 손을 빼보자. 손가락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시간이 5분을 넘으면 레이노증후군이다. 박경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혈관은 차가운 환경에 노출되면 수축된다”며 “그 정도가 지나쳐 손가락으로 가는 혈류가 막혀서 손가락이 하얗게 변했다 파랗게 변하고, 따뜻하게 해주면 다시 붉어지는 경우에도 레이노증후군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레이노증후군의 10∼30%는 류마티스관절염, 동맥경화증, 간염, 신경성 질환 등을 동반한다. 낮은 온도가 직접적인 질환 유발요인이기 때문에 11월부터 2월 사이에 많이 생긴다. 이 질환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교감신경이 예민해져 신경 말단에서 혈관을 수축시키는 물질이 과하게 나오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질환은 혈관을 이완시키는 약제를 사용하면 호전된다. 박 교수는 “일반적으로 혈관확장제인 칼슘채널차단제가 주로 쓰인다”며 “장갑을 끼고 옷을 따뜻하게 입어 손발을 비롯한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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