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팽이는 구심력과 원심력으로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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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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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속담 중에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는 말이 있다. 남들이 뭐라 하건 부모 눈에 자기 자식은 무조건 예뻐 보인다는 뜻이다. ‘부모는 자식이 한 자만 하면 두 자로 보이고 두 자만 하면 석 자로 보인다’는 속담도 객관적 기준과 상관없이 나타나는 부모의 자식 사랑을 빗댄 말이다.

저명한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 교수,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명예교수 등은 일찍이 이 같은 인간의 비이성적 성향을 ‘보유 효과(endowment effect)’란 개념으로 설명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소유가 된 대상의 가치를 비이성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같은 물건이라도 일단 자신의 소유가 되면 그 소유물을 포기하는 대가로 과도한 보상을 요구한다고 한다.

최근 마이클 노턴 하버드대 교수, 댄 에리얼리 듀크대 교수 등은 스웨덴 조립식 가구 업체 이케아에서 착안한 ‘이케아 효과(IKEA effect)’로 이 현상을 풀이한다. IKEA의 장난감 정리함, 레고 모형, 종이 개구리 접기 등으로 일련의 실험을 한 결과 사람들은 아무리 조악한 완성품이라도 실제 자신이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 만든 물건에 비합리적일 정도로 후한 평가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신이 손수 만든 물건에 강한 애착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소유물에 강한 애착을 느끼는 게 반드시 나쁜 건 아니다. 한 예로 소속 기업의 철학과 사명을 내재화하고 자신의 일에 강한 자부심과 주인의식을 갖는 사람일수록 업무에 대한 열정과 몰입도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강한 애착이 과도한 집착으로 변질되는 것도 순간이다. 창의와 혁신의 중요성이 날로 커가는 21세기, 내 것에 대한 집착이 불러올 수 있는 위험은 치명적이다. 자칫 혁신을 저해하는 ‘NIH(Not-Invented-Here)’ 신드롬을 야기할 수 있다.

NIH 신드롬은 단지 조직 내부에서 개발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에 외부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무조건 폄하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배타적 태도를 말한다. 하지만 기술이 빛의 속도로 진화하는 현대 초경쟁 사회에서 독자적 연구개발(R&D)만으로는 기업 성장에 한계가 있다. 헨리 체스브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의 주장처럼 21세기는 내부뿐 아니라 외부의 아이디어도 적극 활용해야 하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 요구되는 시대다. 세계적 생활용품업체 P&G도 연계개발(Connect & Development) 시스템을 확립해 외부의 지식을 적극 발굴하고 내부 지식과 접목시켜 나가고 있다. 이제 NIH 신드롬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지식과 아이디어를 찾아낸 것에 자부심을 갖는 ‘PFE(Proudly-Found-Elsewhere)’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팽이가 쓰러지지 않고 힘차게 계속 돌기 위해서는 원심력과 구심력이 팽팽하게 작용해야 한다. 구심력이 없으면 넘어지고 원심력이 없다면 돌 수 없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은 “(교세라라는) 팽이를 쓰러뜨리려는 외부 환경 변화는 구심력(교세라 철학 계승)으로 제어하면서 팽이를 계속 돌게끔 원심력(다각화와 혁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힘차게 도는 팽이처럼 구심력(보유·IKEA 효과)과 원심력(PFE)을 균형 있게 갖춘 개인과 조직만이 끊임없는 자기 발전과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

이방실 미래전략연구소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7호(2011년 3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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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약점 극복한 ‘로마軍 신화’의 비결은

▼ 전쟁과 경영


로마인은 유럽 여러 민족 중 체격이 작은 편에 속했다고 한다. 날래고 사나운 유목민족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덩치 큰 유럽 민족들이 그들 앞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힘과 힘이 부닥치는 고대 육박전에서 평범한 체구의 로마인이 우세를 보인 비결은 개인이 아닌 집단의 힘을 극대화하는 로마군만의 노하우에 있었다. 로마군의 혁신적 시스템, 공학기술, 체계적인 훈련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로마군은 오늘날 군인들이 쓰는 철모와 비슷하게 머리를 감싸고 측면에 귀마개 같은 쇠를 붙인 투구를 썼다. 머리와 얼굴까지 통째로 감싸고 눈과 입만 보이는 일체형 투구를 사용한 그리스군과는 달랐다. 살과 피가 튀는 아비규환의 전장에서 동료들과의 효율적인 대화와 팀워크는 강력한 경쟁력이다. 로마군은 팀워크와 통제가 생명인 밀집대형을 유지하기 위해 안전한 그리스식 일체형 투구를 포기하고 더 잘 보이고 더 잘 들리는 새로운 투구를 디자인했다. 그들이 쓰는 투창, 사각형 방패, 양날 검 ‘글라디우스’에도 로마군의 전략적 디자인이 녹아 있다. 구성원의 역량을 최대한 결집해 집단의 힘을 극대화하고 신체적 약점을 극복한 로마군의 혁신을 생생한 사례와 분석을 통해 소개한다.



간디식 혁신, 동반성장의 야심을 현실로

▼ 스페셜리포트


‘기원후 500년경 인도의 한 수학자가 숫자 0의 개념을 만들었다. 그는 매우 놀라운 예지력을 가졌다. 인도에서 발생할 혁신의 숫자를 정확히 맞혔으니 말이다.’ 과거 인도인들 사이에서는 이런 농담이 유행했다. 그만큼 인도는 혁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곗바늘이 마치 과거에 멈춘 것만 같았다. 하지만 최근 인도는 급부상하는 신흥시장이자 새로운 혁신의 원천이다. 영리한 인도 기업들은 신기술과 과감한 사업모델로 혁신에 나서 신흥시장의 가난한 이들도 살 수 있는 저렴한 제품을 설계하고 아주 적은 자본으로 대량 생산에 나선다. 분당 1센트짜리 통화료, 30달러짜리 백내장 수술, 2000달러짜리 자동차 등 믿기 힘든 가격의 제품과 서비스가 인도 시장에서 나왔다. 선진 기업들의 허를 찌르는 그들의 혁신은 공급망 관리, 인재 모집, 새로운 경영환경 구축 등 가치 사슬의 모든 요소를 바꿔놓고 있다. 신흥국가의 저소득층을 뜻하는 BOP(Bottom of the pyramid) 개념을 주창한 프라할라드 미국 미시간대 로스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를 ‘간디식 혁신(Gandhian innovatio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그가 지난해 작고하기 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남긴 유고를 전문 번역해 소개한다.



안정적 수익 내는 기업 주가가 더 높다고?

▼ 맥킨지쿼털리


시장에는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을 꺼린다는 통념이 존재한다. 그래서 기업 경영진은 종종 이익 유연화(earning smoothing)에 매달린다. 등락을 반복하는 불안정한 수익보다 안정된 수익을 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이미 해당 업종에 변동성이 내재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맥킨지 조사 결과도 이를 입증한다. 이 조사에서는 수익 변동성이 낮은, 즉 안정적 수익을 내는 기업의 주가가 더 높다고 주장할 만한 근거를 확인할 수 없었다. 오히려 변동성이 높은 기업들 중 상당수는 주주총수익률(TRS)이 높았다. 심지어 수익 변동성이 낮은 기업들의 상당수는 꾸준한 성장률을 보이다가 일정 시점에 이르면 수익이 급감하는 패턴을 보였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수익 변동성을 줄이려는 시도도 별 효과가 없었다. 맥킨지의 컨설턴트들이 수익 변동성을 관리하기 위해 이익 유연화에 매달리기보다는 매출이나 자본수익률을 근본적으로 신장시키기 위한 의사 결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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