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잘못치면 되레 골병 들어요”

  • 입력 2008년 9월 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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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필드에서 ‘굿 샷’을 외치며 스트레스를 훌훌 날려버리는 골퍼들이 많다.

골프는 과격한 몸싸움을 하는 운동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부상을 유발한다.

골프를 즐기는 나이가 다른 운동에 비해 고령인 데다 스윙할 때 몸 여기저기에 순간적으로 강한 충격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병원에서 열린 ‘골프의학 심포지엄’에서는 골프를 건강하게 즐기기 위한 다양한 의학적 방법이 소개됐다.》

서경묵 대한골프의학회 회장(중앙대 의대 재활의학과 교수)은 “골퍼의 50% 정도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다”며 “골프 손상을 최소화하려면 플레이 직전 스트레칭과 관절운동을 10분 이상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오버스윙은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골프로 손상 받는 부위는 힘줄, 인대, 연골 등 연부 조직이다. 이런 부위는 자신의 근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동작을 할 때 손상을 입는다. 비거리를 위해 오버스윙을 하거나 피로한 상태에서 플레이를 할 때 부상을 입기 쉽다.

연부 조직은 약한 충격이라도 짧은 간격으로 반복해서 받으면 손상을 입는다. 연습장에서 시간당 200∼300개의 공을 무리하게 치는 것은 부상을 입는 지름길이다. 반대로 연부 조직은 충분한 회복 시간을 두고 반복적으로 충격을 가하면 오히려 더 튼튼해진다.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 발생하는 근육통을 제외한 모든 통증은 손상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통증을 극복해야 더 좋은 골퍼가 될 수 있다’는 얘기는 25세 이전에나 적용된다.

정선근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오버스윙, 잘못된 스윙, 과도한 반복 등으로 인한 통증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골프 엘보’ 생기면 운동량 줄여야

골프를 할 때 팔꿈치에 생기는 부상은 허리, 어깨, 옆구리 부위에 생긴 부상에 비해 오래간다.

‘골프 엘보’라 불리는 팔꿈치 부상은 이 부위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해서 힘줄이 붓거나 찢어지는 현상이다. 골프연습장의 많이 닳은 매트에서 공을 치면 채의 헤드가 공을 치고 난 후 매트에 직접 닿게 되면서 충격이 고스란히 팔에 전달돼 골프 엘보가 생기기도 한다.

골프 엘보가 생기면 팔을 움직이기 힘들며, 심할 경우 젓가락질을 못하고 문고리도 돌리지 못한다.

골프 엘보를 운동량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더욱 열심히 골프채를 휘두르는 것은 금물이다. 이 증상은 팔꿈치 과다 사용으로 생긴 것이므로 운동량을 일단 줄여야 한다.

서 교수는 “평소 테니스공을 세게 쥐었다 놓았다 하는 운동을 하면 골프 엘보 예방에 좋다”며 “연습장에서는 10개를 친 뒤 휴식을 취하고, 시간당 100개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습 또는 라운드 도중 통증이 오면 운동을 중단하고 통증 부위에 얼음찜질을 한 뒤 마사지를 한다. 그 후 그립을 잡거나 골프채를 잡고 위아래로 움직였을 때 통증이 없으면 2개월 정도 엘보 압박밴드를 착용하고 공을 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루틴’으로 여유를… 스윙 폼 집착 말아야▼

■ 골프 긴장감 줄이려면

골프는 동반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경기다. 그러나 동반자의 태도나 스코어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면 스트레스를 받아 자신의 게임을 망치기 십상이다. 동반자에 뒤지지 않게 잘 쳐야 한다는 생각이 불안감을 유발하고, 이는 뇌에서 감정을 주관하는 ‘편도’ 부위를 자극해 스윙을 헛돌게 하기도 한다. 심할 경우 평소 골프 스윙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스코어에 대한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는 ‘루틴’(routine·샷을 하기 전의 일상적인 준비과정)을 따라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첫 티샷을 하기 전 공 뒤로 돌아가 목표를 정하고 드라이버를 두 번 흔들어 보고 손목을 푸는 행동을 하면 불안감이 많이 줄일 수 있다. 모자를 고쳐 쓰고 목을 위 아래로 움직여 긴장을 푸는 것도 괜찮다. 공치기 전 한 번 빈 스윙을 한 후 목표 지점(깃대)을 살피고 깊게 심호흡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덕현 중앙대 용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경기 중 클럽에 붙어 있는 고유 숫자나 글자, 상표에 집중하고 다른 생각 없이 스윙하는 것이 불안을 줄일 수 있는 한 방법”이라며 “스윙 폼을 생각하고 폼을 교정하기 시작한다면 그날 골프를 망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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