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정수]된장녀? 된장은 억울하다

  • 입력 2006년 8월 2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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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된장녀’가 논란이다. 된장녀에 대해 아직까지 명확하게 정의된 바는 없지만 ‘겉치장에만 신경 쓰고, 허영심에 가득 찬 속 빈 여자’를 지칭하는 말인 듯싶다.

된장녀 논란을 두고 어떤 사람은 젊은이들의 사회적 불만의 표출로 해석하기도 하고,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않는 인터넷 문화의 폐해로 비판하기도 한다.

어떻든 장류업체에서 주부 대상 ‘토털 된장 체험 프로그램’인 된장학교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왜 하필 된장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된장녀의 유래에 관해 ‘젠장’과 비슷한 발음을 가진 된장을 이용하여 부정적인 의미를 담아냈다는 주장이 있다. 또 과거 이태원을 중심으로 한국 남자를 무시하고 서양 문화를 동경해 외국 남자들을 만나기 위해 혈안이 된 여자들을 ‘된장녀’라고 불렀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유래야 어떻든 ‘된장녀’라는 말속에는 우리 고유 양념인 된장을 깔보고 비하하는 심리가 깔려 있는 듯하여 씁쓸하다.

된장은 우리 음식문화를 대변하는 전통 음식이다. 조상들의 지혜가 스며 있는 발효과학의 결정체다. 느림의 미학 등 우리 전통 정서와 음식 철학을 담고 있는 자랑스러운 된장이 이렇게 부정적인 단어로 이용되고 있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서양음식과 패스트푸드 등에 길들여져 있는 요즘의 어린이들에게 기성세대들의 ‘된장녀’ 같은 우스갯소리가 된장을 더욱 기피하고, 열등한 존재로 인식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

아직도 우리의 것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고, 열등한 것으로 인식하는 문화 심리, 이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의 것을 지키고 이어나갈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이유에서 ‘된장녀’라는 단어를 만들어 퍼뜨린 사람에게 적지 않은 유감을 표명하는 바이다. 혹 생각지도 않게 이런 비판을 들어 억울할지 모르지만 영문도 모른 채 허영과 사치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된장’의 억울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김정수 샘표 ‘된장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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