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석 “쿡방 뜸한 요즘, 개밥 만드는 재미에 빠졌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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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주는 남자’가 된 스타 셰프 최현석

10일 만난 최현석 셰프는 “딸들이 어느새 큰 모습을 보면서 함께한 추억이나 사진을 많이 못 남겨서 아쉬웠다”며 “반려견 뚜이를 보면 비슷한 생각이 든다. 더 크기 전에 좋은 추억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영철 기자 korea@donga.com
10일 만난 최현석 셰프는 “딸들이 어느새 큰 모습을 보면서 함께한 추억이나 사진을 많이 못 남겨서 아쉬웠다”며 “반려견 뚜이를 보면 비슷한 생각이 든다. 더 크기 전에 좋은 추억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영철 기자 korea@donga.com
10일 오후 2시 반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쵸이닷’ 레스토랑.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이었지만 최현석 셰프(45)가 운영하는 이 식당에는 분위기 있는 주말의 점심 식사를 즐기려는 이들로 붐볐다. 약속 시간이 조금 지난 뒤 주방에서 조리 도구를 든 채 걸어 나온 그의 얼굴에선 미안함이 묻어 나왔다. 절도 있는 자세와 딱 부러진 말투는 그대로였다. 항상 이 같은 자세를 유지하냐고 묻자 “스타일을 생명으로 여깁니다. 하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최 셰프는 방송계 쿡방(요리 방송)의 유행을 이끈 스타 요리사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출연한 쿡방만 10여 개에 달한다. 그가 처음으로 음식이 주제가 아닌 방송에 도전했다. 올 4월부터 시작한 채널A ‘개밥 주는 남자 시즌2’(이하 개밥남·토요일 오후 9시 반)에서 반려견 ‘뚜이’의 아빠로 등장한 것. 익숙한 쿡방을 벗어던진 이유는 뭘까.

“항상 반려견과 함께했는데 8년 전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개를 키우지 못하게 됐어요. 두 딸이 개를 키우자고 노래를 불렀죠. 저 역시 늑대개를 키워 보는 게 꿈이었는데, 시베리안 허스키인 ‘뚜이’를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최고의 선택이었죠.”

하지만 요리사의 본능은 쉽게 벗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동물 예능’임에도 불구하고 최 셰프는 방송에서 뚜이를 위해 개껌을 직접 만들어 주는 등 ‘동물 쿡방’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냈다.

최현석 셰프는 “뚜이가 온 뒤로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더 화목해졌다”고 밝혔다. 조영철 기자 korea@donga.com
최현석 셰프는 “뚜이가 온 뒤로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더 화목해졌다”고 밝혔다. 조영철 기자 korea@donga.com
“아무래도 요리사니까 구하기 힘든 재료를 수월하게 얻을 수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개한테 좋다는 토끼고기를 구해서 요리해주고, 당 농도를 적게 해 반려견용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주기도 했죠. 반려견을 위한 사료나 간식이 워낙 비싸더라고요. 저렴하고 건강한 반려견 음식을 본격적으로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하고 생각도 해봤습니다.”

각종 쿡방에 출연했던 최 셰프는 최근 개밥남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방송 출연을 그만뒀다. 셰프 생활 22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이 직접 경영하는 레스토랑 운영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방송을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었던 게 많아서 즐거웠어요. 지난해 SBS플러스의 ‘셰프끼리’라는 방송에 출연하면서 이탈리아와 스페인 현지의 최고 셰프들을 직접 만나고, 요리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그래도 저는 방송보단 주방이 훨씬 마음이 편해요. 제게 자극을 주는 방송이 아니면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해요.”

22년을 요리사로 보낸 그의 일상은 단조롭다. 매일 아침 출근해 점심 영업을 준비하고, 점심시간이 끝나면 저녁 손님을 맞기 위해 일한다. 날마다 똑같은 일과의 반복이다. 12시간 넘게 주방에 서 있고, 쉬는 날이면 손님들을 위해 더 바쁘게 일한다. 그런 그는 환갑을 넘어서도 요리사의 길을 걷고 싶다고 밝혔다.

“20년 동안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보낸 때는 레스토랑 공사 때문에 영업을 하지 않았던 지난해밖에 없더라고요. 지나치게 열심히만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좀 더 즐기려고요. 환갑이 넘어도 스타일 넘치는 셰프로 남고 싶어요.”

최현식 셰프와 두 딸이 함께 촬영한 화보는 22일 발매되는 여성동아 7월호를 통해 공개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최현석#개밥주는 남자#쿡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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