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래 희망 1위가 교사, 도전정신 사라진 대한민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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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실시한 ‘2014 학교진로교육 실태 조사’에서 중고교생 10명 가운데 3명꼴로 희망하는 직업이 없다고 응답했다. 미래의 목표나 방향 감각을 상실한 우리 시대 청소년들의 우울한 초상이다. 지난해 7월 전국의 초중고교생 18만 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이 조사에서 희망 직업이 있다고 응답한 중고교생은 남녀 가릴 것 없이 교사를 1순위로 꼽았다. “장래 희망은 대통령”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던 예전 아이들과 달리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다.

청소년들이 교사와 공무원 등 통념상 안정된 직업들을 선호하는 현상이 갈수록 고착화되고 있다. 실직 위험이 작고 정년퇴직 후에도 넉넉한 연금을 받는 ‘철밥통 직장’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이런 방향으로 쏠리고 있다. 청소년들이 진로를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학부모들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 학부모 역시 자녀가 갖기를 원하는 직업 1위로 교사를 지목했다. 기성세대는 자녀의 소질과 적성을 따지기보다는 자녀들이 먹고살 걱정이 없는 직업을 택하기를 바라고 있다. 청소년들도 이런 학부모들의 영향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2012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초중고교생 2만4000여 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인생에서 추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2.5%가 돈을 선택했다. 열정이나 도전정신 없이 삶의 목적을 물질에 둔 청소년이 늘어나는 사회에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한국의 장래가 걱정스럽다.

유엔 미래보고서는 2030년이 되면 현재의 직업 가운데 80%가 없어지거나 새로운 직업으로 바뀐다고 전망했다. 지식정보사회를 맞아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진로탐색 활동을 위한 자유학기제는 박근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교육정책이다. 2013년 교육부는 ‘진로교육 활성화 방안’도 발표했으나 시범 실시 2년이 되도록 운영이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정과 학교에서 청소년들이 미래를 내다보고 진로 설계를 해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와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
#장래 희망#교사#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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