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워라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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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워킹맘을 인터뷰할 때면 기자들이 빼놓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다. “어떻게 일과 가정을 양립하셨나요?” 육아를 병행하면서 일과 가정생활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양성평등의 주요 정책 중 하나로 일-가정 양립환경 조성을 꼽는 이유다.

▷요즘은 ‘일과 삶의 균형’이란 화두가 청년 세대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그제 본보에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찾아서 제주도에 정착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렸다. 번듯한 직장을 그만두고 서귀포의 리조트로 전직한 청년부터 서울 살림을 정리하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인 부부 등. 더 많은 월급보다 청정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삶으로 진로 변경을 선택한 이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소득은 줄어도 행복지수가 더 높아졌다고.

▷디지털 세상이 열리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는 것이 더 힘들어졌다. 퇴근 후와 주말에도 스마트폰 때문에 일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카톡감옥’ ‘카톡지옥’이란 말까지 생겼다. 최근 취업 포털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8명이 직장생활 중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로 인해 잃은 것을 물어보니 ‘건강’과 ‘워라밸’이 1, 2위로 꼽혔다. 직장인의 삶만 팍팍한 게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6년 더 나은 삶 지수’에서 한국의 ‘일과 삶의 균형’은 38개국 중 36위다. 우리보다 못한 곳은 터키와 멕시코뿐. 주당 평균 근무 50시간 이상인 근로자가 23.1%로 OECD 평균(13%)을 크게 웃돈 결과다.

▷일과 삶을 조화시키려면 ‘저녁이 있는 삶’이 필수적이다. 한국 기업들은 개인 삶의 질보다 직장인의 역할에 방점을 둔다. 하지만 삶의 균형이 무너지면 생산성도 떨어진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제시한 ‘워라밸’ 향상법에는 “완벽주의를 버려라”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라” “일과 사람에 있어 우선순위를 정하라” “나만의 시간을 가져라” 등이 있다. 균형 있는 삶을 위해선 세상과 내가 동시에 달라져야 한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워킹맘#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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