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준엽]학업성취도로 측정하는 ‘학교 향상도’ 평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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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엽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
김준엽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매년 초6, 중3, 고2 학생 전체가 치르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기초해 각 학교의 ‘향상도’를 공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일선 학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를테면 학력 향상을 이렇게 복잡한 방법으로 산출해야 하는지, 향상도가 과연 공정한 지표라고 할 수 있는지, 또 다른 줄 세우기 방식은 아닌지 하는 것들이다.

학업성취도에 기초한 학교의 향상도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학업성취도평가가 매년 동일한 학년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시험이기 때문에 첫 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방식은 ‘전년 대비 향상도’다. 어느 고교에서 지난해 2학년의 성취도에 비해 올해 2학년의 성취도가 얼마나 향상되었는가를 측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년 대비 향상도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이를테면 ‘작년 2학년’과 ‘올해 2학년’은 서로 다른 가정환경이나 입학 성적을 가진 학생들이기 때문에 올해 학생들의 성적이 지난해보다 높다고 해서 이 결과가 학교의 노력에 의한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일선 학교에서 체감하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는 90점 받는 학생을 5점 올리는 것이 50점 받는 학생을 5점 올리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는 점이다. 이런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같은 5점의 향상도로만 취급한다면 성취도가 높은 학교일수록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교과부에서 이번에 발표한 학교 향상도 측정방식은 전년 대비 향상도와는 달리 ‘고2 학생들이 입학 당시 성적에 비해 2년 동안 얼마나 향상됐는가’이다. 여기서 성취도의 향상 또는 하락을 오로지 학교의 책임만으로 돌릴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학생들의 가정환경과 같은 변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가정이나 학교의 사회 경제적 여건에 따라 성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성적에는 학교의 노력만으로 어찌할 수 없는 요인들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교의 노력에 의해 향상된 부분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면 통계적 조정에 의해 여건이 동일한, 즉 출발선이 동일한 학교끼리 비교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입학 당시 성적(중3 성적)이 90점인 학교가 있다면 이 학교 학생들의 고2 성적은 입학 성적이 90점인 다른 학교와 비교하고 입학 성적이 50점이었던 학교와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영국과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향상도를 평가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향상도 공시방안은 학생의 학업 성취에 대해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진일보한 방식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학업성취도가 학교의 성과를 판단하는 데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그러나 학업성취도가 학교 성과의 전부가 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식으로 학교를 평가할 기회를 포기할 수는 없다. 향상도 공시를 통해 학교를 성적순으로 줄 세울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하고 더 합리적이고 공정한 학교 평가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준엽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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