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財界, 비정규직·최저임금 파고에 통상임금 태풍까지 맞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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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중앙지법이 선고하는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1심 판결에 재계와 노동계의 관심이 뜨겁다. 기아차 노동조합은 연 750%인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고 이에 근거해 연장근로 수당 등을 다시 계산해 소급 적용하라고 소송을 냈다. 사측은 이에 대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중국 판매가 반 토막 나는 등 경영상 어려운 상황이므로 ‘신의 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실제 기아차 2분기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48% 줄었다.

기아차 노조 주장의 근거는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소송에 대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당시 대법원은 ‘고정적·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된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판결에서 대법원은 “기업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반되는 만큼 소급해서 초과 근무수당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만약 재판부가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기아차는 소급분을 포함해 최대 3조 원에 이르는 추가 인건비를 부담해야 한다. 기아차의 지난해 영업이익 2조4600억 원을 뛰어넘는 액수다. 기아차가 적자 전환할 수도 있다. 기아차가 휘청거리면 5000곳의 협력업체들도 감원이나 줄도산까지 걱정해야 한다. 그러나 재판부가 최근 기아차의 어려운 상황을 인정한다면 사측이 패하더라도 소급분 지급 부담은 덜게 된다. 과거 법원은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현대중공업과 만도의 통상임금 소송 2심과 1심에서 신의칙을 들어 임금을 소급 지급할 필요는 없다고 판결했다. ‘기업이 없으면 근로자도 없다’는 점을 법원이 확인해준 것이다.

이번 통상임금 선고가 관심을 모으는 것은 결과가 현재 통상임금을 둘러싸고 진행 중인 200여 개의 다른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2016년부터 5년 동안 32조6800억 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산업계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과 관련한 경영상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다. 통상임금 이슈까지 산업계의 발목을 잡는다면 한국 경제의 경쟁력 전체가 추락할까 걱정스럽다.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1심판결#기아차 노조#통상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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