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애국가 낮춰 부르기 음모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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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익태의 애국가는 본래 가(A)장조다. 가장조 애국가의 최고음은 높은 미(E)다. 높은 미만 돼도 따라 부르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특히 초등학생들은 성대가 채 발달하지 않았고, 중고교생들은 대개 변성기여서 더욱 그렇다. 서울시교육청이 애국가를 장3도 낮춰 바(F)장조로 보급하고 있다. 바장조 곡의 최고음은 높은 도(C)가 된다. 높은 도는 웬만하면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애국가의 고음부가 내려오는 것은 좋은데 저음부도 같이 내려온다는 게 문제다. 가장조에서는 최저음이 도(C)#인데 바장조로 낮추면 낮은 라(A)까지 내려온다. 적지 않은 음들이 낮은 음계에서 움직여 곡이 처진다. 어느 음악가가 “원곡의 기백이 사라진 맥 빠진 애국가가 됐다”면서 “애국가를 운동권 노래보다 아래에 두려는 음모가 깔려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애국가 낮춰 부르기가 조희연 현 서울 교육감이 아니라 문용린 전 교육감 시절에 추진된 것으로 드러나 그 주장은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음모론까지 가지 않더라도 애국가 낮춰 부르기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꽤 있다. 애국가 선율은 안익태의 ‘코리아 환타지’에 들어 있다. 작곡가가 곡을 가장조로 썼으니 그 조로 연주해야 곡의 느낌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지만 그것이 꼭 가장조를 고집해야 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코리아 환타지 속의 애국가는 현대적인 기악곡 속에 들어있는 합창곡이다. 그런 곡을 일반인에게 음높이까지 그대로 따라 부르라는 것은 교조적 태도다.

▷애국가를 불러본 사람이면 대부분 낮춰 부를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왜 서울시교육청이 굳이 두 음을 낮췄는지는 이해하기 어렵다. 사실 한 음만 낮춰 사(G)장조로 불러도 애국가는 수월하게 부를 수 있다. 이 경우 최고음은 높은 레(D), 최저음은 낮은 시(B)가 된다. 사람들이 가장 부르기 좋은 음역이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애국가 악보에는 사장조 악보가 많다. 불러보면 바장조처럼 처지지 않으면서도 가장조의 밝은 느낌이 살아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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