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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아파트의 변신 Season 2]<10·끝>회전하는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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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아파트의 변신 Season 2]<10·끝>회전하는 아파트

동아일보입력 2012-12-29 03:00수정 2012-12-2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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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도는 태양광 아파트서 이웃과 함께 농사를
서울 종로에 회전식 아파트 몇 개 동을 가상으로 그려 넣었다. 넓적하고 동그란 판이 층층이 쌓여 이뤄진 원기둥 모양으로 태양광 발전 패널이 설치돼 있고 4개 층마다 공동 경작지가 있어 먹을거리와 에너지를 생산해낸다. 각 층이 회전하여 가구별로 필요한 일조량을 조율한다. 삶것/Lifethings 제공
얼마 전 준공한 제로 에너지 주택의 건축주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가 이탈리아 밀라노 유학 시절 석유 가격 폭등으로 운송업 조합이 파업을 했는데 파업이 시작된 지 3일 후 시내에서 신선한 먹을거리를 구하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 경험을 통해 당연하게 생각했던 생활 패턴이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 깨닫고 훗날 자급자족할 수 있는 생활 터전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인구는 늘어나고, 화석연료와 식량은 점점 부족해진다. 앞서 이야기한 건축주의 경험은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혼자서 발전소 세우고 농사를 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아파트가 자급자족 시스템을 갖춘 공동체로 진화하는 건 어떨까.

집을 모으지(團地) 말고 뜻을 모으자(團志)
아파트에 설치된 센서가 수집한 정보와 각 가구가 입력해 놓은 생활방식 정보가 최적화 알고리듬을 통해 각 층의 회전 방향과 시간 등을 제어한다.
아파트의 변신은 단순히 형태와 기술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방식의 변화를 수반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모여 사는 아파트 ‘단지(團地)’가 아니라 삶의 방식을 공유하는 공동체 ‘단지(團志)’를 제안하고자 한다. 스스로 소비할 에너지와 식량을 생산하는 과정에 참여할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 단지(團志)다.

옆집에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이 사는지도 모르고 그저 당첨돼 들어가 살게 되는 아파트와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한 층에 적게는 4가구, 많게는 6가구가 모여 사는데 4개 층마다 경작지가 딸려 있어 12∼18가구가 한 단위공동체를 구성해 공동 경작을 한다. 농산물은 나누어 먹거나 1층 마켓에서 판매도 한다. 각 가구의 입면에는 태양광 발전 패널이 설치돼 있어 일반적인 가정의 생활용 전기뿐만 아니라 경작을 위한 에너지도 만들어 쓸 수 있다.

중식당 테이블 같은 아파트

문제는 햇빛이다. 농사를 짓고, 태양광으로 발전하고, 쾌적한 주거 환경을 누리려면 햇빛이 필요하다. 과실수가 햇빛을 받고 있다면 그 뒤에 있는 태양광 패널은 그늘에 있을 것이고, 가구 입면의 태양광 패널이 햇빛을 받고 있다면 가구 내부는 어두울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전식 테이블의 원리를 아파트에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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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넓적하고 동그란 판이 층층이 쌓여 이뤄진 원기둥과 같은 모양이다. 엘리베이터와 계단은 아파트 중심에 있고 주거 공간, 태양광 패널 입면, 4개 층마다 조성되어 있는 공동 경작지는 원기둥 바깥쪽에 있는데 층층이 회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건물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예를 들어 맞벌이 부부가 사는 1303호는 낮에 북쪽으로 향하고 밤에는 야경이 좋은 쪽으로 이동하며 대신 주말 중 하루는 남향을 차지하는 식이다. 공동 경작지가 있는 층은 주중엔 태양의 이동 방향을 따라 서서히 회전하고, 주말에는 북쪽으로 향한다. 가구별로 언제 얼마나 빛을 받고, 태양광 발전을 하고, 경작에 참여할 것인지 유동적으로 정할 수 있으나 모두 일정량 이상의 에너지와 식량 생산에 참여해야 한다.

정보 공유로 스마트해진 아파트
아파트 곳곳에 설치된 센서는 온도 습도 일조량 등의 정보를 수집한다. 여기에 각 가구가 입력해 놓은 생활방식 정보가 더해져 최적화 알고리듬을 통해 각 가구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각 요소의 회전을 제어한다. 회전 아파트는 도심 곳곳에 들어서는데 아파트 빌딩 내에서만 이러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아파트 건물과도 정보를 교환하며 전력이나 경작물을 주고받는다. 에어컨이나 히터를 틀 때도 건물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순서를 정하면 순간 최대 전력량을 줄일 수 있다.

회전하는 아파트 얘기가 허무맹랑하게 들리는가. 아인슈타인은 “처음 들었을 때 이상하지 않은 아이디어는 이미 희망이 없다”고 했다. 남산타워는 이미 돌아가고 있고, 서울 테헤란로의 수많은 오피스 건물들은 엄청난 양의 센서로 작동하며, 도시 수직 농업도 세계적인 핫 트렌드다. 하지만 사람의 의식 변화는 기술의 진보보다 느리다. 집을 모아(團地) 놓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기보다 함께 사는 의미에 대한 새로운 뜻을 모을(團志) 때 아파트의 변신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양수인 삶것/Lifethings 소장 s@lifethings.in  



#O2#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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