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정훈]‘헛똑똑이’ 조국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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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사회부 차장
박정훈 사회부 차장
수강생들은 대체로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었다. 지난 학기 조국 교수(47)의 서울대 로스쿨 형법총론 수강생 10명에게 들어 보니 평이 그랬다. 수강생 K 씨(22)는 “준비가 부족해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고, J 씨(29)는 “트위터 할 시간에 수업 준비 좀 했으면 좋겠다. 등록금도 많이 내는데…”라고 푸념했다. 인문대 대학원 등록금(315만 원)의 두 배 이상(675만 원)이니 본전 생각이 나는 모양이었다. 다른 K 씨(23)는 “법조 실무에서 중요한 죄수론과 형량은 다루지 않고 보강도 안 해줬다. 다음 학기 형법 교수가 ‘그것도 안 배우고 왔느냐’고 꾸짖더라”고 했다. 한 학생은 “중간고사 때 교수님이 일부 항목을 채점하지 않아 찾아가 항의했더니 점수를 고쳐 줬다. 나 말고도 채점 기준 때문에 여러 명이 항의했다”고 전했다.

서울대 강의평가 사이트 ‘스누이브’에서 조국 교수의 형법총론은 7.74점(10점 만점)이었다. 같은 강의를 하는 법대 교수 4명 중 3등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대 교수는 “트위터 몇 자로 뭘 한다고…. 많은 교수가 ‘이제 그만하든지, 할 거면 나가서 하든지’라고 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 ‘시대의 지성’으로 꼽히는 강남좌파 조국은 일터에서 이런 평가를 받고 있었다. 똑똑해 보이지만 실상은 아닌 ‘헛똑똑이’ 취급이다.

학생들의 환상이 깨졌듯, 그에 대한 사회적 평가 역시 이번 대선 과정에서 허물어졌다. 대한민국 8만4910명의 교수 중 그를 특별한 지식인으로 여길 이유는 많지 않다. ‘진보집권플랜’을 비롯한 그의 책들은 대부분 진보좌파 집권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균형감 있게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혜안은 찾아보기 힘들다. ‘잘생긴 강남좌파’라는 이유만으로 특별대접을 할 순 없는 일이다. 그는 선거 때마다 상아탑이라는 보호막을 쓰고 조준경을 열지도 않은 채 우파를 향해 총을 난사했다.

앙가주망(지식인의 사회참여)도 균형감이 있어야 존중받는다. 조국의 문재인 후보 TV 찬조연설에는 지식인의 성찰 대신 정치꾼의 선동이 있었다. 시대야 바뀌든 말든 1980년대 반독재 투쟁 논리가 참지식이라고 우기는 거짓 진보의 모습 그대로다. 그래 놓고는 감금되다시피 한 국정원 여직원 주소를 트위터에 올렸다. 찾아가 테러라도 하라는 게 아니라면 의도가 뭐란 말인가. 그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에 그 여직원은 낄 자격이 없다는 건지 묻고 싶다.

조국 같은 ‘입 진보’ 때문에 야권은 선거를 망쳤다. 대선 내내 선동으로 달아오른 그의 입에 염증이 난 중도세력은 진보 후보에게 등을 돌렸다. 오죽하면 “조국이 일등공신”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많은 사람이 조국을 ‘참세상을 꿈꾸는 이상가’가 아닌 ‘권력을 탐하는 정치꾼’으로 기억할지 모른다.

특정 정치세력의 과(過)에만 관심을 갖고, 앞장서 비판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미라면 연구보다 정치가 어울리는 거다. “교수를 천직으로 생각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건 아직 자신의 실체와 정체성을 잘 모르고 있다는 증거다. 트위터를 내려놓고 묵언안거(默言安居)를 시작했다는 그가 세밑에 스스로 헛똑똑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을 갖는다면 2012년 조국에게 그만한 소득은 없을 것이다.

박정훈 사회부 차장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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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서울대#형법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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