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원전 20년뒤 297기… 한반도 ‘핵의 고리’에 포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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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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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백두산 원전 7월 착공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사성 물질 공포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화산 분출 가능성이 있는 백두산 부근에 원전 건설을 계획함에 따라 국민들의 불안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원전 운영 경험이 짧고 정보 소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다 사고가 나면 방사성 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곧바로 한반도로 날아올 수 있어 심각성이 훨씬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 원전 사고 땐 황사 오듯 직접 영향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일본 후쿠시마와 유사한 원전 사고가 일어나면 한반도가 직접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범 국립기상연구소 황사연구과 연구관은 “현재 원전이 있거나 건설되고 있는 랴오닝(遼寧) 반도의 다롄(大連), 산둥(山東)의 옌타이(煙臺)와 칭다오(靑島) 인근 지역은 황사가 우리나라로 건너오는 길목”이라며 “초속 10m의 편서풍이 불면 24시간 내에 이곳의 공기가 한반도에 도달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이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려고 하는 백두산 인근이 지진 발생 및 화산 분화 가능성이 큰 지역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2002년 6월 중국 지린(吉林) 성 왕칭(汪淸) 현 지하 566km에서 리히터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한 후 백두산 일대에서는 미세한 지진이 전보다 10배 가까이 잦아졌다. 황의홍 기상청 지진정책과 연구관은 “백두산 화산이 언제, 어떤 규모로 분화할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그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원전의 안전성에 회의적이다. 현재 가동 중인 중국 원전은 대부분 1980년대 이전에 설계된 ‘2세대 가압경수로(PWR)’를 쓰고 있다. 제무성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2세대는 원자로 압력이 높아졌을 때 이를 낮추는 밸브가 취약하고 냉각 수조가 격납용기 바깥에 있어 지진해일(쓰나미) 등 외부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 중인 원자로 일부는 안전기술이 보강된 3세대 원자로라 하지만 중국의 원전 운영 경험이 17년에 불과해 사고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중국의 폐쇄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중국은 정보를 철저히 통제하기 때문에 사고가 나도 은폐할 가능성이 있어 우리를 포함한 주변국이 방사성 물질 피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에도 작은 원전 사고 2건이 발생했는데, 한참 지난 후에야 이를 공개했다.

○ 한반도, 주변국 원전에 포위된다

중국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신규 원전 설립을 일단 중단했다. 하지만 26일 런민(人民)일보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원전 건설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운전 중인 13기, 건설 중인 27기에 추가 건설을 검토 중인 188기를 합하면 중국의 원전은 228기가 된다. 이렇게 되면 중국 남부 저장 성에서 동해안을 따라 산둥 성을 거쳐 북한 인근인 랴오닝, 지린, 헤이룽장(黑龍江) 성까지 거대한 띠를 이룬다. 여기에 일본 원전 69기(건설계획 포함)를 합치면 20년 뒤에는 약 300기의 원전이 ‘핵의 고리(Ring of Nuclear)’를 이루며 한반도를 둘러싸게 된다.

전문가들은 원전과 관련된 초대형 재난을 막기 위해서는 한중일 3국 간 공동 대응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박영아 의원(한나라당)은 “한중일 원자력안전협의체를 설립해 원전이 적합한 곳에 있는지, 안전관리에는 문제가 없는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영표 동아사이언스 기자 sypyo@donga.com  
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won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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