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협 ‘노무현 정권 언론탄압 백서’ 발간

  • 입력 2008년 3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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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공존보다 항복 이끌어내려다 실패”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편협)는 9일 ‘노무현 정권 언론탄압 백서’를 발간해 취재통제안(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으로 인한 기자실 폐쇄와 기자들의 대응,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의 제정, 법과 제도를 이용한 언론통제 등 노 정부의 언론 탄압 실상을 기록했다.백서는 노 정부의 언론탄압 관련 신문 사설을 비롯해 언론 및 시민단체의 성명서, 정당의 논평도 수록했으며 언론탄압 일지, 신문법과 언론중재법 전문, 헌법재판소의 신문법 헌법소원 결정문을 담았다.

○ 노무현 언론정책 왜 실패했나

백서는 손태규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의 기고문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관과 언론전략’을 분석했다. 손 교수는 노 대통령이 언론과 공존하기보다 국민을 동원해 언론의 항복을 이끌어내려는 전략을 구사했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대통령이 방송을 장악할 수 있다는 매체 환경을 이용해 TV 생중계를 통한 연설과 대담에 힘을 기울였으며 청와대브리핑 등 스스로 언론을 만들어 정책홍보와 대언론 비판을 감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손 교수는 노 대통령의 언론 정책은 대통령(정부)과 언론이 긴장 관계와 더불어 일정 지점에서 협상할 수 밖에 없다는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 공무원들의 언론투쟁 독려와 유사언론

노 정부는 청와대브리핑과 국정브리핑을 만들고 국정홍보처가 운영하는 KTV(한국정책방송)를 확대 개편했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브리핑’ 홍보회의를 주재하고, 비판 기사에 대한 공무원의 반론에 ‘참 잘했어요’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청와대브리핑 등은 비판 언론을 공격하며 정부 정책과 방침을 일방적으로 홍보했다. ‘차라리 백지를 내라’ ‘저주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공무원들이 비판 기사에 법적 대응 등을 하도록 장려하는 ‘정책홍보 점수제’도 시행했다. 당시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 이백만 윤승용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김창호 국정홍보처장,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 등은 ‘언론 대못질’ 5인방으로 불렸다.

○ 법적 제도적 언론통제

노 정부는 언론 상대 소송 및 중재신청을 남발하는 방식으로 언론을 옭아맸다. 청와대는 5년간 19차례의 민사 소송과 3차례의 형사 고소를 했으나 한 건도 승소하지 못했다. 노 대통령을 포함해 각 정부부처도 이틀에 한 번꼴로 중재신청을 냈다. 2003년 3월부터 2007년 7월까지 모두 702건의 중재 신청을 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신문 산업을 끊임없이 압박했다. 공정위는 신문고시 위반자에게 신고포상금을 지급했다는 보도자료를 쏟아냈고 신문시장 경품 관행을 없애는 ‘100만인 서명운동’을 추진하기도 했다.

노 정부는 또 비판 언론에 정부 광고를 주지 않았으며 공무원의 인터뷰나 기고도 허용하지 않았다. 언론사와 수십 년간 공동 주최하던 사업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의 경과와 내용

노 정부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정부부처 내 마련된 37개 브리핑룸과 기사송고실을 3개(서울 종로구세종로, 경기 과천시, 대전)로 통폐합하면서 사실상 취재 제한 정책을 시행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몇몇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 기사의 흐름을 만들고 논조를 담합하고 있다”며 홍보처가 주관해 외국의 기자실 운영실태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 방안은 공무원이 기자 접촉 시 홍보실의 허락을 받아아 하며 별도의 접견실을 이용하도록 했다. 또한 취재 내용을 사후 보고하도록 했다. 정부 기관이 결정한 엠바고와 비보도 요청을 어기면 정부가 직접 제재한다는 조항도 있었다.

○ 언론 자유 수호를 위한 투쟁

편협을 비롯해 기자협회 신문협회 방송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은 정부의 일방적 취재 봉쇄 조치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7월 기자실 폐쇄가 강행되자 일선 기자들의 투쟁이 이어졌다. 외교부 경찰청 보건복지부 과학기술부 재정경제부 교육부 국방부 기획예산처 출입기자단에서 비판 성명을 냈고 편협 소속 47개사 편집·보도국장은 1959년 경향신문 폐간 이후 처음으로 모여 정부 조치를 비판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2007년 대선에서 여야 후보들은 모두 기자실 복원 방침을 밝혔다. 이명박 정부도 복원 수순을 밟고 있다.

○ 신문법과 언론중재법

두 법은 2005년 초 전격 통과됐다. 신문법에는 시장점유율제한과 경영정보 신고 의무화 등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독소 조항이 수두룩했다. 시장점유율제한 조항은 위헌 판결을 받았으며 신문 복수허용 금지는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다.

언론중재법에선 제3자가 언론보도를 언론 보도의 시정권고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 등도 논란을 낳았다. 현재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은 정치권에서 개정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 노무현 정부 언론탄압 백서▼

2003년 3월 ‘청와대브리핑’ 신설. 이창동 문화부 장관, 출입 기자제를 등록제로 바 꾸고 개방형 브리핑실 도입

2003년 9월 정책 비판 기사를 반박하는 ‘국정브리핑’ 신설

2004년 8월 양정철 대통령홍보비서관, 청 와대브리핑에 ‘저주의 굿판을 걷어치워 라’며 동아일보 및 조선일보의 행정수도 비판 기사를 비난

2005년 1월 신문법과 언론중재법 국회 통과

2005년 8월 국정홍보처, ‘정책홍보 업무처 리에 관한 기준’ 발표. 비판 언론에 대해 특별회견, 기고, 협찬 등에 불응하도록 함

2006년 6월 신문법 시장점유율제한 조항 등 위헌 판결

2007년 1월 노 대통령, “언론은 우리 사회 에서 가장 부실한 상품”이라고 발언한 뒤 해외 사례 조사 지시

2007년 5월 국정홍보처,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 발표

2007년 6월 노 대통령, “다음 정권에서 기 자실이 되살아나지 못하게 대못질하겠 다”고 발언

2007년 8월 47개 신문 방송 통신사 편집· 보도국장, 취재봉쇄 조치 거부 결의

2007년 10월 외교부 등 정부중앙청사 11 개 부처 기사송고실 폐쇄

2007년 11월 각 당 대선후보, 기자실 복원 과 제도 보완 공약

2008년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실 부활과 국정홍보처 폐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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