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TV 출연 “정치 광고다” vs “참모습 알 기회”

  • 입력 2005년 11월 2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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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지난달 30일 방영된 MBC 오락프로그램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일밤’)에 출연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정치인의 방송 출연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인의 방송 출연은 17대 국회 이후 ‘미디어 정치와 이미지 전략’에 대한 정치인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증가하는 추세.

그러나 정치인의 방송 출연에 대해 ‘정치 광고나 다름없다’는 주장과 ‘정치인의 진면목을 알게 되는 좋은 기회’라는 찬반론이 팽팽히 맞선다.

▽정치인의 방송 출연=지난달 30일 방영된 MBC ‘일밤’의 시청률은 17.7%였다. 지난 회 시청률이 6.6%였던 것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뛰어오른 것. 이 같은 변화에는 ‘행복한 나눔 고맙습니다’에 출연한 박 대표가 큰 역할을 했다고 방송계는 보고 있다.

‘행복한 나눔…’는 유명인사의 집을 방문해 애장품을 기증받고 이를 경매해 불우이웃돕기를 하자는 취지로 신설된 코너. AGB닐슨 미디어 리서치가 조사한 분(分)당 시청률을 보아도 박 대표가 출연했던 시간대가 프로그램 최고치인 23%를 기록했다.

그러나 MBC뿐만 아니라 박 대표도 프로그램의 수혜자였다. 그는 젊은이들처럼 ‘미니홈피’를 운영하고, 조카를 위해 자장가를 준비하고, 20년 전 에어컨을 쓰는 검소함을 보이는 등 호감 가는 이미지를 시청자들 앞에 노출했다.

KBS2 ‘도전 골든벨’은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300회 특집 녹화를 했다. 이날 권양숙(權良淑) 여사는 문제를 출제했으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예정에 없이 녹화장을 ‘깜짝 방문’했다. 이날 녹화분은 27일 방영된다.

올해 초 종영된 KBS2 ‘대한민국 1교시’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코너에는 지난해 5월부터 한명숙 의원을 비롯해 원희룡 이종걸 권영길 의원 등 10여 명의 여야 의원이 번갈아 출연해 다른 참가자에게 문제를 출제했다.

▽정치 광고인가 정치의 대중화인가=박 대표의 출연을 둘러싸고 누리꾼 사이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에선 ‘정치 광고나 다름없다’고 비판한 반면 일부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뿐인데 정치까지 들먹일 필요 없다’고 옹호하는 등 ‘일밤’ 인터넷 게시판에는 2000여 건의 글이 올랐다.

양성기 씨는 “왜 주말 저녁 오락프로에서까지 정치인이 나와서 집안 자랑을 하고 민심을 잡기 위한 인기관리를 하도록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홍정현 씨는 “좋은 취지에서 하는 프로그램인데 너무 정치적으로 본다”라며 “재선거도 끝났는데 문제될 것 없다”고 반박했다.

MBC ‘일밤’의 권석 PD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자는 기획의도에서 앞으로 정치인 외에 연예인, 스포츠스타 등 다양한 인물을 내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거 전 정치인 방송 출연 완화 논쟁=선거기간이 아닌 시점에도 정치인의 TV 출연을 놓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을 볼 때 최근 방송위원회가 선거방송심의 규정을 고쳐 선거 전 방송 출연을 완화하려는 데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방송위는 후보들이 선거일 전날까지도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제외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도록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바꿀 예정이다.

그러나 교양과 오락 프로그램의 구분은 엄격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방송사가 자의적으로 하고 있어 정치인이 선거 직전 오락성이 짙어 대중적인 호소력이 큰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해도 막을 수 없게 된다. 특히 특정 후보가 TV에 출연할 경우 후보 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방송위는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심의를 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사후 제재여서 통제가 쉽지 않아 보인다.

중앙대 성동규(成東圭·신문방송학) 교수는 “정치인이 선거 직전 TV에 나오는 것 자체로도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미지 정치만을 부추겨 유권자의 객관적 판단을 흐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의 TV 프로그램 출연 사례
방영시기출연자프로그램
2005년 11월 27일 (예정)노무현 권양숙대통령 내외 KBS2 ‘도전골든벨’
2005년 10월 30일한나라당박근혜 대표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2004년 5∼10월열린우리당한명숙 의원 등의원 10여 명KBS2 ‘대한민국 1교시’
2004년 5월 7일민주노동당노회찬 의원KBS2 ‘이홍렬 박주미의 여유만만’
2004년 4월 21일한나라당한선교 의원SBS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 아침’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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