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헌병에서 군사경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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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병(憲兵)이 군사경찰로 바뀐다. 헌병이란 말은 일본에서 왔다. 일본 육군은 1881년 프랑스의 장다르므리(gendarmerie)를 본떠 헌병을 만들었다. 경찰군인이란 뜻의 경병(警兵)으로 부르려고도 했으나 헌병이 됐다고 한다. 헌(憲)은 법을 의미하므로 헌병은 법을 집행하는 군인이란 뜻이다. 헌병에는 주로 사무라이 출신 경찰이 차출됐다. 헌병 창설의 목적은 군사경찰 업무보다는 경찰 내의 사무라이 세력을 줄이고 이들의 폭력성을 민권운동 시위 탄압에 돌리려는 것이었다. 그런 일본 헌병이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조선에 와서 악명을 떨쳤다.

▷프랑스의 장다르므리는 폴리스(police)와 별도로 경찰 임무를 수행하는 무장부대다. 치안을 도시에서는 폴리스가 담당하지만 도시를 벗어나서는 장다르므리가 담당한다. 장다르므리의 일부는 군사경찰로 특화돼 있다. 장다르므리 소속원의 신분은 군인이지만 조직 자체가 군과는 별도로 성장했기 때문에 군으로부터 독립해 군사경찰 역할을 수행할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일본 헌병이 처음부터 군에 예속된 것과 큰 차이다.

▷우리나라 헌병은 광복 후 미국 군사경찰(MP·Military Police)을 본떠 만들어졌는데 이름만 일본 것을 썼다. 영어로는 MP라고 써 밀리터리 폴리스의 번역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 군대는 프랑스나 일본과 달리 군대 내로 역할이 한정된 독자적인 경찰을 갖고 있다. 헌병의 명칭을 군사경찰로 바꾸는 것은 제도의 유래를 따져볼 때도 적절한 개명이다.

▷다만 군사경찰이란 말이 좋은 작명인지는 의문이다. 군경찰로 했으면 더 압축적인 데다 군검찰과 대구(對句)도 맞아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검찰 업무처럼 경찰 업무도 군에서는 특별하다. 법을 집행하는 군인들을 키우는 업무는 본래의 군사훈련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군검찰은 법무관 제도를 통해 외부 법률 전문가를 많이 쓴다. 군사경찰은 그렇지 않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지고 군 지휘관에 예속되기 쉽다. 이참에 군사경찰이 군 지휘관이나 군검찰에서 독립해서 활동할 여지도 넓혀주는 게 의미가 있을 듯하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헌병#군사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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