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 김치 1400억 수입하며 수출 5억 생색낸 장관 홍보자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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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국내 김치업체들이 중국으로 수출한 김치가 44만1000달러(약 5억 원) 규모로 2015년의 4배에 이르렀다고 농림축산식품부가 어제 발표했다. 농식품부가 당초 업무계획에서 제시한 목표(100만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목표에 미달한 원인을 찾고 대안을 내놔야 할 농식품부는 “업계와 다각적으로 노력해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최고 실적을 냈다”는 자화자찬의 보도자료까지 내놨다.

 발효식품인 한국 김치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된다는 이유로 2012년부터 수입을 사실상 금지했던 중국이 2015년 10월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2015년 말부터 수입을 재개한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작년 한국이 수입한 중국 김치는 1억2100만 달러(약 1400억 원)로 대중(對中) 김치 수출액의 280배나 된다. 국내 김치시장이 중국산에 잠식되는 상황에 미미한 수출 실적을 강조하는 것은 낯 뜨거운 일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중국 김치에 적용되는 관세율은 종전 20%에서 19.8%로 소폭 내려갔지만 1년 사이 수입은 7% 이상 늘었다. 한국 김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 정부가 별도의 비관세 장벽을 쌓지 않더라도 통관 절차를 지연시키기만 해도 우리 수출업체는 유통기한을 넘긴 김치를 떠안아야 하는 위험 부담이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때문에 중국이 김치까지 시비를 걸 가능성은 낮고 당장은 시장 규모도 작지만 수출시장을 확대하려면 선제적인 대비가 중요하다. 정작 농식품부는 김치업계가 수출 상황에 고무됐고 정부에 협조적이라는 자료를 냈다. 이런 식의 ‘관제 홍보’는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 띄우기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농식품부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 시 초기 대응을 잘못해 AI의 전국적 확산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치는 농가와 업계의 생사가 달린 문제다. 농식품부는 번지르르한 장관 홍보보다 실속 있는 민간 지원책 마련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중국#김치#대장균군#한중 자유무역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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