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톡톡]“집도 못가고 바닥서 새우잠…남 돕다 내가 먼저 가겠구나 싶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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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이니 모든 걸 감내하라고요? 사회복지사야말로 복지의 사각지대죠”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 복지관, 양로원, 보건소 등에서 사회복지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사회복지사’라고 한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1, 2, 3급 세 종류가 있다. 1급은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후 국가시험을 쳐야 딸 수 있다. 2급은 별도 시험 없이 교육기관에서 일정 학점을 이수한 후 사회복지기관에서 120시간 실습을 하면 취득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증 소지자는 60만 명을 넘어섰다. 복지 수요가 커지면서 복지 인력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열악하다. 목지선(성신여대 영문과 졸), 이병철 동아일보 인턴기자(서강대 신방과 4학년)가 사회복지사의 애환을 들어봤다. 》

24시간 내내 일에 ‘헉헉’

―해도 해도 일이 끝이 없다. 어르신을 대상으로 요양사업, 주야간 보호사업 말고도 여가활동 지원, 의료 지원, 김장 지원, 긴급 지원을 한다. 일이 너무 많아 힘들다. 일할 사람이 많으면 다행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래 가지고 어르신들에게 맞춤형 복지를 제공할 수 있겠는가.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33세·여)

―모든 복지관에 인력이 부족하다. 만드는 데 4개월이 걸리는 통계보고서를, 사람이 모자라서 나 혼자 만들었다. 공간도 부족하다. 우리만 해도 복지관 건물이 좁아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 센터에 물건을 보관하는데, 필요한 물품이 있을 때 그걸 가지러 이동하는 데만 한 시간이 걸린다. 이런 비효율이 또 어디 있는가.(31세)

―복지관의 업무 시간은 악명이 높다. 일찍 끝나도 오후 9시다. 보통은 오후 11시나 12시에야 퇴근한다. 새벽 4시까지 야근하는 경우도 있다. 주 7일 근무도 많다. 살인적인 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보수는 야근수당 포함해서 월 200만 원이 안 된다. 평가제도가 시행되면서 모든 실적은 문서로 기록해야 한다. 그래야 보조금이 나온다. 이 문서 작업은 보통 야간에 한다. 그러니 일찍 퇴근할 수 있겠는가.(30세·여)

―한 어르신이 보건복지부에 우리 근무시간이 너무 많다고 민원 전화를 넣기까지 하셨다. 그 어르신은 직원들이 밤 12시가 넘어도 퇴근을 못하고 혹사당하고 있다고 하셨다. 직원의 가족이 기관의 홈페이지에 항의성 글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 주말에도 퇴근 이후의 개인 삶이 없다. 그런 삶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는 이 현실이 싫다.(35세·여)

―휴일도 없다. 하루 기본 15시간씩 ‘월화수목금금금’으로 근무한다. 한동안은 복지관 마룻바닥에서 하루 4시간만 자면서 일했었다. 그러다 대상포진에 걸리기도 했다. 면역체계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그렇게 일을 많이 했지만 신기하게도 일은 줄어들지 않는다. 남 좋은 일 하다가 내가 먼저 가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33세)

“자원봉사자 아닌 전문직입니다”

―사회복지사는 여성이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일하기 무척 힘든 직업이다. 출산휴가는 꿈도 꾸지 못한다. 연장근무를 해도 수당이 없다. 근로자라면 받아야 할 기본 혜택을 우린 받지 못한다.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으니 사회복지 인력의 품질이 많이 떨어질까 걱정이다.(32세·여)

―우리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높은 분들이 알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사회복지사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 연차가 높아지다 보면 연봉이 많아져야 하는데, 전체 사업비가 그대로이니 경험이 많은 사회복지사가 일을 관두는 경우가 있다. 그분들이 오래 일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34세)

―사회복지사 일을 좀 하다 보니 ‘돈을 받는 자원봉사자’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뭐,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처럼 많은 월급을 바라진 않는다. 그렇게 될 리도 없고. 다만 다른 사람들에게 급여 문제를 말하면 ‘돈 때문에 일을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속물처럼 볼까 봐 자괴감이 든다.(33세·여)

―우리도 사회에서 제 역할을 다하는 직장인이다. 연봉도 많았으면 좋겠고, 야근수당이나 성과급, 특별휴가도 있었으면 좋겠다. 남을 돕는 삶을 살고 싶어 사회복지사가 됐지만, 생계가 달린 일이기도 하다. 보람도 중요하지만 정상적인 ‘생활’도 돼야 하는 거 아닌가.(28세·여)

―사회복지사가 되려고 공부 많이 했다. 실습도 하고 국가 자격시험도 봤다. 우리도 전문직이다. 그런데 이렇게 불안정한 전문직이 또 있겠는가. 다른 복지시설에서 일하던 여러 대학 동기들이 이미 일을 그만두고 일반 회사에 취업했다. 아무도 우리를 전문직으로 봐주지 않으니까. 미래도 없고….(28세·여)

―사회복지사라고 했을 때 “좋은 일 하시네요”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속상하다. 아마도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듯하다. 사회복지사도 자신의 자아를 위해 사는 사람이다. 나를 완전히 버리면서까지 일하고 싶겠는가.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나서야 사회복지사가 되는 형국으로 바뀌어 간다. 그런데도 전문직 대우는 안 해준다. 복지사가 기초수급자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30세)

―자격시험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평생교육원에서 야간에 몇 학점 이수하면 된다는 식의 돈벌이 광고를 많이 봤다.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려면 무분별하게 사회복지사 자격이 발급돼서는 안 된다. 또한 일 잘한다는 사회복지사들이 묵묵하게 버티고 경력을 쌓기 위해서도 제도 정비는 필수적이다.(32세·여)

안전망 없이 폭행에도 노출

―사회복지사가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다. 사람을 위해 한다는 복지가 정작 이 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보호해 주지 못한다. 우리도 다른 직장인들처럼 일이나 사람들 때문에 무척 피곤하고 힘들다. 스트레스도 많다. 우리가 ‘착한 사람’이니까 모든 걸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28세·여)

―사회복지 공무원 수준으로 우리 사회복지사 대우를 맞춰 준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복지관의 임원이 “여러분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절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복지사가 사회복지 공무원보다 훨씬 일을 많이 한다. 현장도 더 많이 다닌다. 그런데 왜 우리는 대우를 제대로 못 받는 건가.(31세)

―사회복지사들에 대한 안전망이 없다. 우리는 피해를 입어도 신고할 수 없다. 남자 어르신 혼자 사는 쪽방에 들어가기가 겁날 때가 많다. 노숙인을 돕다 폭행을 당하는 사회복지사도 많다. 하지만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그들을 만나야 한다. 사회복지사들의 인권도 생각해 달라.(32세·여)

―행패를 부리는 ‘진상’ 고객들이 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500명 있는데 쌀 100포대의 후원이 들어오면 순번을 정해 준다. 그러면 못 받은 사람 가운데 왜 먼저 안 주느냐고 거칠게 항의한다. 일찍 쌀을 받았으면서도 다음 순번이 쌀을 받을 때 “난 왜 안 주느냐”며 행패를 부리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칼을 들고 오는 사람도 있다. 정말 무섭다.(30세·여)

―민원을 하는 분들은 다들 억울함이 많다. 그분들은 크게 감정을 터뜨리지만 우린 그럴 수 없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 일을 시작한 후 사람을 자연스럽게 대하는 게 쉽지 않다. 부모님이 염려하실 정도로 이성 교제가 어려워졌다. 누구를 만나든지 뭐든 들어줘야 할 것 같다는 걱정이 앞선다.(31세)

“사회복지 제도 개선 필요”

―노인 일자리 공고가 나면 이미 혜택을 봤던 어른들이 재빨리 등록한다. 발대식이 끝나고 한참 후에야 진짜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일자리를 구하러 올 때가 있다. 그분들에게 다른 곳을 찾아서 지원해 보라는 얘기밖에 할 수가 없다. 일자리를 더 늘리거나, 정보를 더 효율적으로 제공해야 한다.(35세)

―기업들의 후원도 현실에 맞아야 한다. 겨울이 되면 여러 기업이 연탄 지원을 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연탄을 쓰는 노인은 일부 지역으로 제한돼 있다. 대부분의 힘든 노인은 일반 빌라나 주택에 산다. 그분들이 필요한 것은 기름이다. 하지만 기름을 지원하는 기업은 별로 없다.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부를 고민해야 한다.(27세·여)

―여든이 넘은 어르신이 있는데, 아들 부부와 함께 산다. 아들 부부는 적어도 월 300만 원 이상의 고정 수입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전혀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자식이 수입이 있으니 기초수급 자격이 되지 않는다. 기초노령연금 9만 원이 전부다. 매일 컵라면을 드신다. 보기에 안타까웠다. 수급자 자격 문제도 생각해 봐야 한다.(30세)

―노인들을 돌보기 위한 장기요양보험 제도는 우리나라가 아주 잘된 편이다. 하지만 점점 돈벌이 수단이 돼 버리는 것 같다. 정부의 관리가 안 된다. 요양기관들이 서류만 그럴듯하게 만들어 놓으면 국가는 실상을 알 수 없다. 시설에서 어르신들에게 사기를 치기도 한다.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33세)

―노인복지센터가 운영하는 기본 사업부터 바뀌어야 한다. 가령 노인방문요양사업 같은 경우 서비스를 받으려면 노인이 직접 서류를 갖춰 신청해야 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신청을 못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이 서비스는 노인에게 1회에 3만 원을 부담하게 한다. 돈이 없는 노인은 아예 이용할 수도 없다. 이런 부분부터 국가가 해결해야 진정한 복지가 아닐까 싶다.(33세·여)

―생계만 챙겨주는 단순한 노인복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분들이 잘살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연구하고 또 도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인의 삶이 개선될 수 없다. 재능이 있는 분들은 사회적으로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정말로 힘겹게 사는 노인들이 어떤 부분을 필요로 하는지 찾아내서 그 부분을 도와야 한다.(34세)

정리=오피니언팀 김상훈 차장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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