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명예훼손 글 방치한 포털, 배상하라’는 대법 판결

  • 입력 2009년 4월 17일 02시 56분


코멘트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인터넷 기사와 비방 댓글을 방치한 4개 포털사이트에 배상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어제 나왔다. 여자친구의 자살에 관한 미니 홈피의 글이 인터넷을 통해 퍼나르기, 기사화, 댓글 등으로 무차별 확산되자 김모 씨는 네이버 다음 등에 댓글 삭제 및 안티 카페 폐쇄 등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김 씨가 포털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은 1600만 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으나 2심은 배상금을 3000만 원으로 올렸고, 대법원은 2심 판결대로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포털이 기사와 게시물을 게재할 때 명예훼손 내용에 대한 주의 의무가 있음을 명백히 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포털이 비방 댓글을 방치해 명예가 훼손되도록 한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2심은 “포털은 인터넷을 통한 월등한 배포기능과 기사 편집기능을 수행하고 독자에 제공하는 ‘유사취재’ 기능이 있어 언론매체로 봐야 한다”며 더 무거운 책임을 지웠다.

세계 첨단을 달리는 정보기술(IT)의 수혜자인 우리나라의 포털들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클릭 장사’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털들은 언론사가 공들여 만든 기사와 함께 출처가 불분명한 가짜기사, 일방적 주장의 누리꾼 게시글과 댓글까지 마구 뒤섞어 올렸다. 그리고 물의가 일면 ‘인터넷 공간만 제공했을 뿐’이라는 식으로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포털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면서 게시물에 대한 책임은 지기 싫다는 의식이라면 포털을 운영할 자격이 없다.

인터넷의 부정확한 정보로 생기는 인포데믹스(infodemics·정보전염병)의 위험성이 심각하다. 지난해 영화배우 최진실 씨의 자살이나 ‘광우병 괴담’ 유포로 비롯된 촛불 시위는 건강하지 못한 포털 문화가 사회에 심대한 해악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포털은 책임성 공공성 공익성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작년 12월 포털 7개사가 구성한 ‘건강한 인터넷을 위한 포털 자율규제협의회’도 조속히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누리꾼들도 인격살인과 다름없는 게시글, 댓글을 함부로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형사처벌을 받고 민사적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불법 행위임을 깨달아야 한다. IT 강국의 국민으로서 인터넷 공간에서도 성숙한 민주시민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