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아내·엄마, 서정희 “세월이 비켜갔다? 돋보기 없인 책 못읽어요”

  • 입력 2008년 8월 2일 0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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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의 나이에 스타 연예인 서세원과 결혼, 인기 CF모델, 뭇 여성지를 장식한 스타일리스트, 남편에 대한 완벽한 내조, 48세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 미모, 자녀를 모두 해외 명문대에 보낸 열성엄마 ….

서정희 씨에 대한 세상의 시선은 대략 이렇다. 어느 하나 거짓된 것은 없지만,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다. 진실은 영화의 카피처럼 ‘저 너머’에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의 진실은 안에 있다. 그리고 살아온 흔적에 빠짐없이 새겨져있다.

세상에 대해 침묵을 가져온 그녀가 최근 ‘서정희의 주님’이란 책을 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던 CF모델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신앙인이 되어 조용히 신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방송인에서 신앙인으로 거듭난 서정희 씨와의 인터뷰는 청담동의 아파트 자택에서 이루어졌다.

# 불우했던 성장기…현모양처 결심

- CF스타 시절 이후 많은 사람들이 ‘완벽한 아내, 완벽한 엄마’로서의 서정희에 대한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만?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엄마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늘 일을 하러 나가셨고, 저는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어요. 엄마의 사랑이 너무 그리워서 ‘난 크면 현모양처가 되어서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아내, 엄마의 샘플이 되겠다’고 결심을 했었지요. 그래서 결혼 후 열심히,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하지만 그 내면에는 어려서 누리지 못한 데에 대한 반발, 남들에게 ‘보여지고 싶다’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나중에야 그것을 알게 되었죠.”

서정희 씨는 어릴 적의 힘들었던 기억들을 ‘쓴뿌리’라고 표현했다. 5세 때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홀로 4남매를 키우기에 힘이 겨웠던 어머니는 결국 이민을 결심했다. 미국으로 오라는 이모의 편지를 받자마자 학교를 자퇴했다. 그때가 고3. 미국에 가면 구차했던 삶이 일거에 변할 것 같았다. 백화점과 인쇄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은 돈으로 영어학원에 등록했다. 그리고 한 달 만에 길거리에서 모델로 캐스팅이 되었다.

# 19세때 CF서 만난 서세원과 결혼

- 19세면 요즘이라 해도 정말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셨는데요?

“모델이 되고 광고촬영을 하러 제주도에 갔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봤죠. 그때 상대모델이 지금의 남편이었습니다. 남편은 만나자마자 결혼을 하자고 했어요.”

프로포즈를 한 곳은 현재 ‘서세원이 서정희에게 프로포즈한 곳’으로 명소가 된 남산의 한 레스토랑이었다. 그때만 해도 남자들은 ‘멋대가리’가 없었다. 서세원도 아내가 될 여인에게 “사랑한다. 오빠하고 결혼하자”고 한 것이 프로포즈의 전부였다. 실반지 하나 끼워주지 못했다. 서정희는 눈앞에 놓인 ‘함박스테이크’ 접시 위에 눈을 떨군 채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만 해도 ‘인기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연예인들이 결혼을 쉬쉬했던 시절이었다. 두 사람도 결혼식을 미루고 동거부터 시작했다. 식을 올린 것은 큰 아이, 서동주를 낳고 2개월이 지나서의 일이었다.

불행히도 양가로부터 축복받지 못한 결혼식이었다. 연예인들의 결혼식치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초라했다. 신부화장은 예식장에서 대충했고, 드레스도 12만원을 주고 빌렸다. 신혼살림집은 보증금 250만원짜리 월세방이었다.

주부로서 서정희 씨의 삶은 알려진 대로다. 완벽한 아내가 되기 위해 그녀는 검소한 삶을 택했다. 검소하되 누추하게 살기는 싫었다. ‘누리되 최대한 아껴서’가 그녀의 모토였다. 꽃으로 집안을 장식하기 위해 터미널 지하도 꽃시장을 걸어서 누볐고, 동대문·노량진 시장을 애용했다.

아파트 관리비가 세대 중 가장 적게 나온 적도 있었다. 전등불 켜놓는 것이 아까워 모두 꺼놓고 저녁을 지었다. 지금도 그녀의 손에는 다림질을 하다, 요리를 만들다 덴 상처들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 48세 여전한 미모…“성형설 억울”

1960년생인 그녀는 올해 만 48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정희 씨는 젊은 날의 미모를 ‘얄밉도록’ 고스란히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딸 동주가 찍은 엄마의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 부러움과 질시의 도마 위에 오른 적도 있다.

“속상했던 게, 서정희가 성형수술과 보톡스로 젊음을 유지하네 뭐네 하는 얘기들이에요. 생각해보세요. 남편이 7년 가까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어떤 아내가 보톡스 같은 걸 맞고 다니겠어요?”

그녀도 세월의 창을 피할 수는 없다. 보름에 한 번씩 머리카락을 염색해야 하고, 책을 읽을 땐 자연스럽게 돋보기에 의지한다. 남편 손톱을 깎아주다가 종종 살을 잘라 피를 내기도 한다. 따로 다이어트나 운동도 하지 않는다. 1년에 1kg씩 체중이 는다.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다. 성형한 사람 못지않게 젊고 예쁘게 보인다면, 그렇게 만들어 주신 분께 그저 감사할 뿐이다.

2002년 서세원의 가족은 일생일대의 위기를 겪었다. 소위 말하는 PD사건에 서세원 씨가 연루된 것이다. 결국 2003년 4월 구속기소됐다. 대법원에서는 그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0만원을 확정 판결했다.

역경 딛고 남매 해외 명문대 보내

당시 서세원과 검·경과의 갈등, 매니저 가혹행위 의혹 사건 등으로 세상이 떠들썩했다. 이 사건은 서세원과 가족에게 치유하기 힘든 깊은 상처를 남겼다.

첫째 딸 서동주(26)는 지난 6월 미국 MIT 공대 수학과를 ‘올A’로 졸업한 뒤 곧바로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 박사과정에 합격했다. 와튼스쿨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즈가 발표한 세계 MBA 순위에서 8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세계 최고의 경영학 석사과정이다.

아들 서동천(24)은 일본에서 유학한 뒤 미로밴드의 보컬로 활동하며 연예인 가족의 대를 이었다. 엄마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담은 ‘mAMA’ 뮤직비디오에 누나가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어려운 역경 속에서 자녀들을 참 훌륭하게 키우셨습니다. 특별한 교육법이라도 있으셨나요?

“지금 생각해도 중학교까지는 굉장히 극성스러운 엄마였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권장 도서목록 같은 게 나오면 모두 사다가 먼저 읽었어요. 내 자신이 배움이 적다보니 어떻게든 집안을 공부하는 분위기로 만들려고 했죠. 중학교 이후에는‘이제 너희들에게 공부하란 소리를 안 하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리고 그 이후로 정말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하루는 동주가 엄마는 어떻게 그런 약속을 지킬 수 있느냐고 하더군요.”

# 특별한 교육법? 행동으로 보였죠

서정희식의 교육법은 ‘말과 혀로 하지 않고 진실함과 행함으로 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었다. 아이가 피아노 치는 것을 싫어하면 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에 곡을 다 외운 뒤, 아이가 피아노를 칠 때 그 앞에서 춤을 추어 흥미와 느낌을 끌어내려 했다. 가르치기보다는 먼저 행해서 아이들이 보고 따라하도록 했다.

2005년 12월 24일, 성탄절을 하루 앞두고 부부는 나란히 교회 집사 안수를 받았다. 이들 가족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을까? 하고 싶은 일도, 계획한 일도 많을 듯 싶었다.

“저희는 계획이 없어요. 그저 하나님이 이끄시는 대로 사는 거죠. 동주를 미국에, 동천이를 일본으로 보내신 것도 ‘다 너희들끼리 잘 먹고 잘 살아라’하신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나라 언어로 소통하면서 할 일이 있으리라는 비전을 보여주신 거죠. ”

# 희망 나눠주려 자택서 첫 인터뷰

서정희 씨는 원래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더군다나 자택을 기자에게 공개하며 인터뷰를 한 것은 본지가 처음이다. 이번에 마음먹고 인터뷰를 한 이유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서세원 가정을 보며 위로받고 힘을 얻게 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너 아직도 예쁜 척하니?’ ‘그래 너 잘 났다’가 아니라,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결혼 생활 28년 동안 한 가족이 여전히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고통 속에서 힘겨워 하는 가정들이 ‘도전받길’ 희망하기 때문이다.

선물로 받은 ‘서정희의 주님’ 속에서 그녀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모든 사진은 딸 동주가 찍었다. 엄마와 딸이 6개월 동안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링, 연출을 함께 했다. 예전에 촬영하고 협찬 받은 옷, 터미널에서 2만원 주고 만든 가운, 딸이 졸업식에서 입은 옷들을 꺼내 입고 찍었다. 조명도 아들 동천이 반사판을 들고 선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책 속의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그녀의 하나님 또한 기자의 눈과 다를 리 없을 것이다. 세상을 마음속에 품은 사람이 아름답지 않다면, 이 세상 그 누가 아름다울 수 있단 말인가.

Clip - 서정희는?

-1960년 서울 태생

-1980년 19세의 나이에 개그맨 서세원과 결혼

-1986년 영화 납자루떼(미애 역)

-한국크로락스, 남양 요구르트 이오, 두산아파트 위브, 태평양 샴푸 등 CF모델 활동

-인테리어 디자이너 활동

-MBC 아름다운 TV 얼굴, SBS 토요스타클럽 등 방송활동

-저서 : ‘서정희의 집’ ‘사랑스런 악처 서정희의 작은 반란’ ‘서정희의 자연주의 살림법’ 등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사진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화보]48세 여전한 미모의 소유자, 서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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