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35〉고양이를 홀려 날뛰게 한 그 맛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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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가다랑어, 대패, 포.
말린 가다랑어, 대패, 포.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얼마 전 유명 백화점의 일본식품 코너에서 다양한 종류의 제품, 특히 국수와 소스를 판매하는 것을 봤다. 영어로 버니토, 일본어로 가쓰오라 불리는 가다랑어를 말려 얇게 대패로 갈아낸 제품도 있었다. 주로 오코노미야키의 토핑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도 가쓰오라 쓴 상품이 많았다.

한국과 일본은 냉면, 삼계탕, 곰탕, 우동, 소바, 오뎅(어묵탕)과 라면 등 국물이 많은 음식들을 먹는 나라다. 가장 최근에 개발된 것이 라면이고 우동, 메밀, 오뎅 등은 에도시대 고기의 섭취를 금지했던 400년 전부터 먹었던 요리다.

일본은 국물을 내는 재료로 가다랑어포와 멸치, 다시마, 마른 표고버섯을 이용한다. 멸치는 대부분 가정 요리로, 다시마와 표고버섯은 사찰 요리, 가다랑어포는 교토의 전통코스 요리에 주로 이용되는 핵심 재료다.

‘눈에 어린잎이 보이고 두견새가 우니 가쓰오 생각이 절로 난다.’ 에도시대의 유명했던 시인 야마구치 소도(1642∼1716)의 초여름을 표현한 시이다. 당시 가다랑어는 최고가의 생선이었으나 맛이 비슷한 참치의 경우는 지나가던 고양이도 쳐다보지 않을 정도로 싼 생선이었다. 여름에 막 나온 가다랑어를 맛보기 위해 아내를 전당포에 맡겨 문제가 될 정도였다. 이른 봄이 되면 북쪽으로 올라갔다가 9, 10월 살을 찌운 가다랑어는 다시 남쪽으로 내려온다. 이때가 되면 마치 참치 도로 같은 가다랑어의 기름진 맛에 반값 정도면 먹을 수 있어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가다랑어는 통조림을 만든다. 유통되는 참치 통조림의 70∼80%를 차지하고 있다.

가다랑어를 회로 먹는 가장 유명한 방법을 다다키라 부르는데 생강, 마늘, 파를 잘게 썰어 곁들이고 레몬즙을 넣은 간장에 찍어 먹는다. 요즘에는 참치 다다키나 와규 다다키도 개발돼 있다. 하지만 이렇게 회 상태로 소비되는 가다랑어의 양은 아주 적다. 대부분은 장기간 저장이 가능하고 다용도로 사용 가능한 가다랑어포 용도로 만들어진다. 약 120일이 소요되는 긴 과정으로 가다랑어를 끓이고 훈연한 후 말린다. 그사이 곰팡이 균을 발라가며 발효와 숙성 과정을 여러 번 거친다. 5kg이 약 700∼800g으로 마르고 두 덩어리를 맞부딪쳐 높고 맑은 음이 날수록 고가에 거래된다.

나는 전쟁 직후 태어나 가장 어려운 시절을 보낸 MSG 세대다. 밥에 간장, 때때로 마가린을 넣기도 했지만 맛을 내는 마법의 가루, MSG는 모든 요리에 뿌려졌다. 하지만 일요일이 되면 엄마는 아버지를 위해 가다랑어가 들어 있는 박스를 열었다. 대패로 조심스럽게 포를 뜬 가다랑어로 아침 수프를 준비했다. 고급 식당에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란 설명을 들으며 한 종지씩을 받아 들면 우리 형제들은 마치 제사를 올리는 것 같은 분위기를 느꼈다. 그사이, 냄새에 홀린 고양이를 쫓아내느라 엄마는 정신없이 부엌과 식탁 사이를 뛰어다녔다. 그렇게 퍼포먼스를 치러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가쓰오#가다랑어#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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