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고통 호소하며 먹는 ‘매운 맛’, 한국인 정체성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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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5월 13일 11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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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한국의 ‘매운맛 붐’에 대해 “자극적인 매운 맛이 한국인의 정체성인 듯 착각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황 씨는 13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를 통해 “우리 민족이 매운 맛을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한 것은 100년 정도 안에서의 일이다. 매운 음식을 원래 좋아했던 것도 아니고, 그런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매운 맛이 ‘한국인의 입맛’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에 대해 황 씨는 “1960년대에 고추가 돈이 되는 농작물로 부각됐고 고추장 산업이 번성하기 시작했다”며 “한국전쟁 이후 피폐해진 경제를 극복해나가는 산업화 과정은 한국인들에게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였는데, 이를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가 매운 맛이 아니었나 한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매운 맛은 통증인데 매운 음식을 먹으면 통증을 회피하기 위해 엔도르핀·아드레날린이 터진다. 기분 좋은 일을 해도 이 같은 물질이 터지지만 그럴 여유가 없으니 운동, 연애, 산책 대신 값싸게 매운 음식을 많이 먹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980년대부터 매운맛이 크게 번졌는데, 매운 맛에 중독 되고 난 다음에는 한국인이 매운 음식을 마땅히 먹어야 하는 듯 매운 음식을 먹어야만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인 듯 TV에서 광고를 많이 해댔다”며 “‘한국 남자는 매운 것을 먹어야 한다’ ‘한국인은 매운 맛을 원래 좋아해’ 이런 광고들로 우리가 착각을 일으키게 된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황 씨는 “맵다는 것은 고추의 캡사이신인데 시위현장에서 쓰는 최루액의 주성분이 캡사이신이다. 그런데 위 점막은 혀보다 더 연한 조직”이라며 매운 맛이 위를 자극하면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매운 맛 자제를 당부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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