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특수콘돔과 SNS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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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정책사회부 기자
김수연 정책사회부 기자
이번 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뜨거웠던 키워드는 ‘특수콘돔’이었습니다. 말만 들어도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는 이 주제가 SNS 담벼락을 장식했습니다.

논란은 한 온라인 기사에서 출발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청소년들도 콘돔을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특수콘돔’ 구매엔 제한을 받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표면이 매끈하지 않고 돌기가 있어 성감을 높이기 위해 쓰는 콘돔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기사가 소개된 페이스북 담벼락에는 중고교생들의 당돌한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쾌락이 없으면 섹스는 왜 해요?’ ‘학교에서 성교육하던 거 듣고 있자니 별것도 모르는 사람이 하는 것 같았다. 내가 하는 게 나을 거 같은데…’ ‘여성가족부는 IS(이슬람무장세력)’와 같은 글이었습니다. 댓글을 쓴 수백 명의 페이스북을 따라가 보니 중고교생이 적지 않았습니다.

뜨거운 반응 탓인지 여성가족부는 즉시 보도해명자료를 내놓았습니다. ‘특수콘돔’을 금지하는 것은 맞지만, 그 이유는 ‘쾌락금지’가 아니라는 게 주내용이었습니다. ‘특수콘돔’을 청소년이 사용한다면 몸을 다칠 우려가 있고 청소년에게 비정상적이고 음란한 성적 호기심을 유발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유통을 제한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조숙해졌다, 성관계를 하는 나이가 빨라졌다,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이야기는 비단 오늘날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1975년 한 언론사는 ‘사춘기의 순결교실’이라는 시리즈를 연재하며 청소년의 성(性) 가속화 현상에 깊은 우려감을 나타냅니다. 10대들의 혼전성교가 늘어나고 있는 현상이 비단 한국의 경우만은 아니지만 정신적 심리적으로 충격을 줄 수 있으므로 학교와 가정에서 ‘순결교육’을 철저히 시켜야 한다는 지적을 담았습니다.

1975년에 중고교생이었던 이들이 이제는 부모 세대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아이들은 더 조숙해져 이제는 ‘특수콘돔을 왜 제한하느냐’고 모두가 보는 SNS에 글을 올릴 정도로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이번 일을 계기로 “내 아이 성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이 쏟아집니다.

이런 논란이 있을 때마다 ‘유럽, 미국은 다르다’며 ‘청소년에게 좀 더 성적 자율성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학교에 콘돔자판기가 있다고 하거나, 데이트를 할 때 부모가 콘돔을 챙겨준다는 이야기와 함께 말이죠. 마치 한국의 부모들은 청소년의 성생활 실태를 이해하지 못하는 ‘꼰대’처럼 비유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공식적으로 청소년의 콘돔 구매를 허용하고 있긴 하지만 정서상 ‘내 아이가 콘돔을 사용하며 이성 친구와 데이트를 한다’는 것을 알면 당황할 부모님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최근 유럽에서 독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부모의 허락을 받지 못한 16세 이하의 청소년들에게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마련됐다는 것입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파이낸셜타임스 등을 통해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유럽연합이 온라인상에서 개인정보 사용을 위해 보호자 동의 필요 연령을 13세 이하에서 16세 이하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만일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16세 이하 청소년들은 SNS에 가입하거나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때 부모 동의를 받아야만 합니다. 여기에 영향을 받는 SNS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구글, 트위터 등 주요 업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SNS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폐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법으로 제한해야 할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한 주 내내 국내에선 ‘청소년 특수콘돔’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지만 지구 반대편에서는 ‘청소년 SNS 규제’가 화제였습니다. 콘돔과 SNS…. 둘 중 어느 것이 더 청소년에게 위험한 물건(?)인지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르겠죠. 하지만 ‘내 자식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부모의 마음은 만국 공통인 것 같습니다.

김수연 정책사회부 기자 sykim@donga.com
#특수콘돔#콘돔#청소년#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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