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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理知논술/과학카페]인공 거미줄로 낙하산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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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理知논술/과학카페]인공 거미줄로 낙하산 만든다

입력 2007-01-02 03:00수정 2009-09-28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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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풍자작가인 조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1726년)에는 소인국과 거인국에 이어 하늘의 섬나라를 다녀온 이야기가 나온다.

그 나라의 과학자들은 기상천외한 연구를 한다. 이를테면 오이에서 햇빛을 뽑아내고, 항문 속에 바람을 넣어 복통을 치료하며, 거미줄로 옷을 만든다. 작가는 당시 영국의 학자들이 쓸모없고 허황된 이론에 매달리는 것을 풍자하기 위해 이러한 이야기를 꾸며냈지만 그중에는 오늘날 실현된 아이디어도 없지 않다.

거미는 꽁무니에서 명주실(실크)을 분비한다. 아침이슬로 반짝이는 거미줄을 보면 금방 끊어질 것처럼 약해 보인다.

그러나 같은 무게로 견줄 때 강철보다 다섯 배 정도 튼튼하며 방탄조끼 소재로 쓰이는 합성섬유인 케블라보다 질기다. 케블라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원료로 제조되는 반면에 거미실크는 천연 원료이며 생물분해성이 있다. 미생물에 의해 무해한 물질로 분해되는 특성을 생물분해성이라 한다. 요컨대 거미실크는 합성섬유의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거미실크를 활용하려는 시도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시작된다. 그리스인들은 상처의 출혈을 멈추기 위해 거미줄을 상처 부위에 대고 눌렀다.

뉴기니에서는 낚싯줄이나 고기잡이 그물에 거미줄을 꼬아 넣었다. 1700년대 초 프랑스에서는 거미줄로 짠 양말이 학술원에 제출되었으나 채택되지 못했다. 거미실크가 너무 가늘어 옷감의 재료로는 부적합했기 때문이다. 어미 거미는 대개 1분에 5∼6피트의 실크를 분비한다, 따라서 5000마리가 수명이 다할 때까지 뽑아내는 실을 모두 합쳐야 겨우 옷 한 벌을 짤 수 있다.

거미실크는 경제성 측면에서 사용 가치가 없었으나 유전공학의 발달에 힘입어 대량생산의 길이 트이게 되었다. 거미줄의 인공합성에 맨 먼저 투자를 한 기관은 미국 육군이다. 군사용품에 필요한 신소재의 하나로 거미실크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1989년 거미실크의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발견되면서부터 강철 못지않은 생물재료라는 의미에서 ‘생물강철(biosteel)’이라 불리는 거미줄을 산업화하는 방법이 다각도로 개발되었다. 거미줄의 생산 공장으로 가장 유망한 것은 흥미롭게도 누에이다. 거미실크의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를, 누에의 명주실을 분비하는 조직에 집어넣으면 결국 누에가 거미줄을 대량으로 합성하게 될 것이라는 발상이다.

1999년 캐나다에서는 거미 유전자를 염소의 유방세포 안에 넣어서 염소가 젖으로 거미줄 단백질을 대량 분비하게 만드는 작업에 성공했다. 생물강철을 생산하는 염소가 나타난 셈이다. 2001년 거미실크 유전자를 담배와 감자의 세포 안에 삽입하여 식물의 잎에서 거미줄 단백질이 나오도록 했다.

인공 거미줄이 생산되면 예상되는 용도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를테면 방탄복, 낙하산, 거미줄 총 등 군사용품으로 쓰일 전망이다. ‘웹숏(WebShot)’이라 불리는 거미줄 총은 3m 넓이로 퍼지는 거미줄을 쏘아 적을 사로잡는다. 탄창에 장전해 발사하며 길 한가운데에 설치되었다가 목표물이 접근하면 순식간에 펼쳐진다. 시속 70km로 달리는 무게 3∼4t의 트럭도 포획할 수 있다.

인공 거미줄은 인공힘줄, 인공장기에서부터 수술 부위를 봉합할 때 조직 사이에 끼워 넣는 시트에 이르기까지 의료부문에서 쓰임새가 다양하다. 또 현수교를 공중에 매달 때 강의 양쪽 언덕을 건너지르는 사슬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상업용 거미실크가 나오면 무엇보다 미래의 직물로 각광받을 것이다. 누에 실크로 만든 비단옷이 한때 부유층의 신분을 드러내는 상징이었던 것처럼 21세기에는 생물강철로 만든 고급의상이 여인네들을 유혹할 것이다.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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