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들여다보기 20선]<20>한국의 여성과 남성

  • 입력 2006년 10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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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도 현실 분석의 적확함, 폭넓은 전망과 안목에 놀라게 되는 책, 그래서 여전히 현재성을 잃지 않고 있는 책이 ‘한국의 여성과 남성’이다. 저자는 뜻을 공유하는 여성들과 함께 ‘또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여성주의 인식론과 세계관으로 경직된 한국사회의 문화 환경을 명랑하고 자유롭게 변화시켜 왔다. 이 책은 저자가 구상하고 실천해 온 새판 짜기의 분석적 토대를 담고 있다. 여성은 공적 세계와 가족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도록 규정되어 왔는가, 남성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남성다움’이라는 규율체계에 갇혀 버렸는가, 한국의 근대화를 추동시켰던 발전 이데올로기는 어떤 방식으로 삶 자체를 황폐하게 만들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조선조부터 본격화돼 현재까지, 상징적 규범체계에서부터 일상적 삶의 자질구레한 규칙들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삶을 철저하게 옭아매고 있는 가부장제의 실체와 허구성에 대한 저자의 성찰은 한국에서 ‘여성’으로서 ‘남성’으로서, ‘여성답게’ ‘남성답게’ 살기를 강요당하는 우리 모두에게 폭넓은 관점의 지평을 열어 준다.

가부장제에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여성뿐이겠는가. 최근에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삶을 지향하면서 페미니스트 운동에 동참하는 남성들이 통렬히 고백하듯 남성 역시 ‘남성다움’의 이데올로기에 강요당하면서 다중적인 소외의 삶을 살아 나간다. 남성다움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남성들이 늘어날 때 그 사회적 정치적 여파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무수히 보아 왔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의 남성들이 생계부양자로서, 산업역군으로서 고립된 소외의 삶을 살 것이 아니라 여성들과 더불어 공동체적 돌봄의 행위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제는 정말 남성다움, 여성다움의 비인격적 이데올로기를 벗어나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사회, 다양한 삶의 제안들이 아름답고 행복한 일상을 꽃피우는 마을들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고독하고 왜곡된 자아의 문지방을 넘어설 때가 아닐까. 마음의 시계에 귀를 기울이며.

瓦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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