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권장도서 100권]<36>페더랄리스트 페이퍼-알렉산더 해밀턴 外

  • 입력 2005년 5월 13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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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6년 탄생한 미국은 로마 공화정 이후 인류사에 나타난 최초의 공화국이다. 카이사르의 뒤를 이은 로마 최초의 황제인 아우구스투스가 사망한 것이 기원후 14년이니까 거의 1800년 만에 거대 공화국이 탄생한 것이다.

우리가 당연시하는 기본권이나 민주주의는 미국 독립 당시만 해도 생소하기 짝이 없는 이념이었다. 당시로서는 검증되지 않은 이념을 국가구조에 구체화시키면서 미국인들이 느낀 의심과 우려는 매우 컸다.

놀라운 사실은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미국 헌법이 팍스 아메리카나의 초석이 된 점보다도 그 내용이 현재까지 거의 원형 그대로라는 것이다. 미국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국가 중에 하나라면 미국 헌법은 이를 가능케 한 초석이다.

‘페더랄리스트 페이퍼’는 이런 헌법을 만들 때 제기될 수 있는 모든 쟁점에 관한 독창적이고 숙고된 생각을 담은 책이다.

독립전쟁 후에 소집된 연방헌법제정회의에 참석했던 알렉산더 해밀턴, 제임스 매디슨, 존 제이 등 3인의 연방주의자는 1787년 10월∼1788년 8월 뉴욕 주 시민에게 새 헌법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총 85편의 글을 뉴욕 시의 신문에 기고했다.

기고문은 헌법의 의미와 필요성, 연방정부가 어떻게 운영될 수 있는지에 관해 역설한 것이었는데, 이 책은 이 기고문의 모음집이다.

이 책이 실제로 미국 헌법 채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당시 분열로 치닫던 여론을 통합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은 미국독립선언문, 미국헌법과 더불어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신성한 글로 여겨지고 있다.

이 책은 강한 연방정부의 구성과 그 속에서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소수자의 보호에 대해 말하고 있다.

기고자들은 미국의 독립전쟁을 체험하면서 주(州) 사이의 파당적인 경쟁과 대륙회의의 약체성, 전쟁을 효과 있게 뒷받침해줄 국민적 일체감의 결여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면서, 오로지 강력한 중앙정부의 수립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들이 강력한 중앙정부의 구성을 주장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다수 대중의 횡포로부터 소수를 보호하는 문제였다.

그들은 대중의 다양한 이익 간의 충돌을 조정하고, 다수의 횡포에 의한 소수이익의 침해를 방지하는 데는 대의제와 연방제, 권력분립제가 가장 합당한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또 이러한 제도 속에서 소수에 의해 초래되는 문제는 주기적인 선거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

이 책은 미국인들이 뽑은 가장 위대한 법서이며 오히려 출간 당시보다 현재 더욱 큰 비중으로 인식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 대법원은 다수의 판결문에서 이 책을 인용하며 심지어는 한 사건에서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모두 이 책을 그 전거로 인용하기도 한다. 이 책 속에 나타난 비전, 즉 큰 국가를 구성해 파당을 없애고 보다 큰 의미의 국익을 도모할 수 있다는 사상은 세월이 갈수록 미국사에 의해 증명되고 있다.

미국의 정치사상과 제도, 특히 대의민주주의를 파악하고 미국사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자료이겠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헌법이 가지는 의미와 헌법재판소의 자리매김을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필독서라 하겠다.

조홍식 서울대 교수·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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