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주의 여행이야기]태국 매홍손 '카렌족의 여인'

  • 입력 2003년 10월 21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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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으로 만든 고리를 목에 감고 있는 카렌족 여인들
황동으로 만든 고리를 목에 감고 있는 카렌족 여인들
인근 미얀마와 라오스를 접하고 있는 태국의 북부 산악지대에는 여러 소수 부족이 그들 고유의 전통과 풍습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중 우리의 관심을 끄는 부족으로는 카렌족을 들 수 있다.

카렌족 중에서 미얀마와의 접경지대인 파동마을에 살고 있는 카렌족 여인(Long-neck women)들은 평생을 두고 목에 황동으로 만든 고리를 감고서 긴 목을 뽐내며 지낸다.

이 마을의 여인들한테는 긴 목이 아름다움의 척도가 되는 것이다. 파동마을의 카렌족 여인들이 언제부터 황동 목고리를 감고 지냈는지는 확실하지가 않다. 그저 아주 오래 되었다는 것으로 대신한다. 이들은 목 뿐만 아니라 팔과 다리에도 같은 치장을 하고 있다.

우리가 보기에는 목에 두른 무거운 황동고리는 단순한 여인의 치장이라고 하기에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다른 민족의 문화를 반드시 자신의 기준에 맞추어 판단하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닐까?

파동마을의 남자들을 보면 대부분 치마를 두른 간편한 옷차림이다. 이는 인도와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의 서남아시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남자들의 복장이다. 인도에서는 룽이 또는 사롱이라고 부르고, 미얀마에서는 론지라 부르는데 룽이나 론지는 모두 그 어원이 같다고 볼 수 있다. 이로 미루어 보아서 파동마을의 카렌족은 미얀마에서 넘어온 부족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실제 이 마을의 학교에서 공부하는 어린이들이 미얀마어를 공부하고 있으며 태국영토에 살고 있지만 스스로 뿌리는 미얀마란 것을 의식하는 것 같았다.

파동마을의 카렌족 여인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고리를 추가하여 성인이 되면 긴 목을 뽐낼 수 있게 된다고 알려졌으나 사실은 좀 다르다.

카렌족 여자아이들은 다섯 살 때 처음으로 황동고리로 목을 치장하기 시작한다. 이 때에는 비교적 가느다란 고리를 사용하며 보통 10-15번 정도 목에 감는다. 즉 낱개의 고리를 여러개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긴 스프링으로 감는 것이다.

그후 성장에 따라 2-3년 씩 새로운 황동고리로 대체하게 되면 이 때에는 좀 더 굵은 것이 사용되며 목에 감는 횟수도 늘어나게 되어 긴 목을 자랑하게 된다고 한다.

내가 직접 확인한 바로는 28번까지 감은 여인을 보았지만 기록에 의하면 37번까지 감은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성장이 끝난 여인들은 더이상 교체없이 평생을 지내며 죽은 후에야 비로소 이 황동고리를 제거하게 된다.

파동마을 카렌족 여인(Long-neck women)이 살고 있는 바로 옆 마을의 카렌족 여인은 목에 끼우는 황동고리가 아니라 귓밥을 뚫어서 늘어뜨리는 독특한 치장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한 부족들도 입술을 절개하여 둥근 원반을 끼우고 산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대도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이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재미있다.

그러나 ‘목 긴 여인들’(Long-neck women)로 불리는 카렌족 여인의 긴 목은 실제로 목의 길이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환상 일 뿐이다.

어려서부터 착용한 황동고리는 위로는 아랫턱 뼈의 근육을 위로 밀어 올리고 아래로는 어깨 뼈의 근육을 누르고 목뼈 주위의 근육의 성장을 억제하게 된다.

적지 않은 무게의 황동고리는 늑골의 성장에도 영향을 주어 일반인에 비해 늑골이 아래로 쳐지게 되어 카렌족 여인의 어깨는 수평이 아니라 뾰족한 모양으로 형성되어 실제로 목이 길어진 것처럼 보인 것 뿐이다.

김동주/김동주치과의원장 drkimdj@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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