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여로' 재공연하는 장욱제 "23년만에 영구 돌아왔어요"

  • 입력 2000년 12월 12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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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방영된 KBS 드라마 '여로'의 장욱제. 40, 50대 올드 팬이라면 '아, 영구'라며 무릎을 칠 것이다. 이드라마는 90년대 SBS '모래시계' 이상으로 화제작이었다.

'땜통 머리'를 한 채 "색시야 놀자"며 혀짧은 소리를 내던 장욱제의 영구는 개그맨 심영래가 연기한 영구의 원조였다. 77년 TV를 떠난 지 23년만에 영구로 돌아온 그가 태현실 박주아 등 드라마의 오리지널 멤버들과 2001년 1월 19일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향수극 '여로'에 출연한다. 이 세월 사이에는 20여년간 호텔 지배인과 사장 등으로 살아온 연기밖 그의 '인생 2막'이 있다. 기자가 연습장을 찾아간 6일은 마침 그가 환갑을 맞는 날이었다. 02-3675-2442

―40대 중반으로 보인다. 환갑이란 게 믿어지지 않는데.

“(웃음) 탤런트 시절부터 거르지 않은 운동 덕분이다. 나와 태현실씨는 생년월일이 같다.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기막힌 우연이 ‘여로’를 사연많은 드라마로 만들었을 지도 모른다.”

―향수극 ‘여로’는 어떤 작품인가.

“향수극은 작품을 보면 저절로 옛 생각, 따뜻했던 옛 감성이 떠오른다는 의미다. 노래도 있지만 정통 연극에 가깝다.”

―드라마와 다른 점은.

“일단 배우들이 30년 가깝게 늙었다(웃음). 태현실씨가 맡은 분이의 젊은 시절을 김혜영씨가 연기하지만 크게 다른 것은 없다. 작고한 이남섭씨의 원작을 그대로 살리는 게 목표다.”

―연기가 부담스럽지 않나.

“‘환갑 때까지 건강하고 ‘여로’라면 한번 무대에 서겠다’고 말하곤 했는 데 말이 씨가 됐다. 부담보다는 옛 동료들과 대사를 외우고 연기하는 즐거움이 훨씬 더 크다.”

―‘영구가 어떻게 살았나’라는 궁금증이 많다.

“77년 제주도 파라다이스 호텔로 처음 내려갔을 때가 37세의 ‘늙은’ 대리였다. 철저하게 장사꾼으로 살려고 노력했다. ‘영구’의 얼굴 값으로 버틴 게 아니다. 또 ‘누구(전낙원¤파라다이스회장)의 조카 사위’가 아니라 능력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시장보러 다니고 주방과 카운터를 일일이 챙기면서 호텔 경영과 면세점 유통의 A B C를 처음부터 배웠다. 10년 뒤 87년 파라다이스 투자개발의 대표가 됐다.”

―영구 이미지를 벗기 어려워 연기를 포기한 건 아닌가.

“그건 절대 아니다. 나는 연기로 말하자면 ‘백두산의 정상’에 서 봤다. 정상에서 다른 것을 하고 싶었다.”

―경영인으로 인정받았다면 계속 경영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내 목표는 ‘정주영 회장’만큼 돈을 버는 게 아니다. 내 인생에선 두 번의 큰 도전이 있었고 나름대로 성공했다. 더 이상 시간에 쫓기며 살고 싶지 않다. 두 아이도 컸고, 지난해 독립해 꾸린 주류 수입업체 대표로 만족한다.”

―카지노와 관련, 파라다이스 그룹이 어려운 적도 많았는데.

“주변 생각처럼 그룹이 1인 보스 중심이었다면 위기 때 ‘대우’처럼 깨졌을 것이다. 실상 그룹의 사장들은 전문 경영인이었고 어려울 때 똘똘 뭉쳤다.”

―연기를 계속 할 생각인가.

“솔직히 재미로 따지면 사업보다 연기가 낫다. 그렇지만 누가 늙은 사람을 쓰겠나. 사업을 꾸리면서 기회가 된다면 괜찮은 배역으로 연기할 수도 있다. 내 인생 세 번째 도전일까?”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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