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넘은 ‘대도’의 6만원 절도…습관일까, 생계일까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15일 12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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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 조세형…6만원 절도 혐의로 16번째 구속
습관·병적 도벽·직업적 수단 등 동기 해석 분분
'도벽 성향' 시선 많아…병보다는 습관성에 무게
"생계에 절도기술 반복" 분석도…조씨, 유사 진술

1980년대 ‘대도(大盜)’로 불렸던 조세형(81)씨가 최근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됐다. 나이 여든이 넘어서도 계속된 그의 ‘도둑질’ 행각에 대한 배경이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광진경찰서는 이달 1일 서울 광진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 침입해 현금 6만원을 챙겨 달아난 혐의를 받는 조씨를 지난 9일 구속했다.

조씨는 부유층을 대상으로 절도하는 ‘의적’ 이미지까지 얻었었고, 한때 개과천선의 대명사로 여겨졌다.

하지만 팔순을 넘긴 나이까지 절도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며 그에 대한 해석과 평가가 분분해지고 있다. 그의 절도 행위가 단순한 습관에 의한 것인지, 병적 도벽에 가깝다고 봐야하는지 혹은 생계를 위한 것인지 등에 관해서다. 이번 범행으로 그를 ‘좀도둑’ ‘잡범’으로 칭하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1980년대 조씨는 습관이나 병보다 특정 ‘목적’을 갖고 절도를 행한 인물로 여겨졌다. 부유층이나 유명인사만 범행 대상으로 하고, 챙긴 돈 일부를 걸인 등에게 준다는 등의 일화는 당시 사회 일각에서 그를 의적으로 바라보는 배경이 됐다.

실제 그는 명륜동, 이화동, 성북동, 서교동 등 서울의 고급 주택가를 무대 삼아 절도를 벌였다. 그가 챙긴 물건 가운데 당대 지하경제의 큰손 장영자(75)씨 소유의 ‘물방울 다이아몬드’가 있다는 것, 소위 ‘권력자’ ‘있는 자’들로 불리는 피해자들이 절도를 당하고도 신고를 꺼렸다는 것 등 유명한 일화도 부지기수다.

한동안 조씨는 개과천선한 모습을 보였다. 출소 전 이뤄진 보호감호처분 재심 청구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는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조씨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출소해서는 경비업체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거나 경찰행정학이 개설된 대학에 강사로 초빙되고, 목사 안수를 받아 선교단체를 설립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001년 일본 시부야 주택 3곳에 대한 절도를 비롯해 2005년, 2009년, 2011년, 2013년, 2015년 등 여러 차례 유사 범행을 반복하면서 이같은 행각의 원인을 ‘도벽’에서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도벽은 ‘습관적으로’ 타인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를 말하는데, 크게 행위의 반복으로 생긴 습관에 의한 것과 우울증이나 생리전 증후군 등 정신적 불균형에 의한 병적 원인에 의한 것으로 나뉜다.

전문가들 상당수는 조씨 행위를 도벽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다만 병적이라기보다는 소질이나 환경 요인에 따른 습관성에 가깝다는 평가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씨가 처음 절도를 시작한 것은 미성년자인 16세부터였다고 한다.

또 1982년 11월 경찰에 붙잡히기 전 이미 절도 등으로 인해 11회의 옥살이 전력이 있었다고 한다. 지난 9일 구속 사례까지 합하면 조씨는 모두 16차례 구속됐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여든의 나이에도 지속적으로 (행위가) 반복되는 것을 보면 도벽의 성향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봤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 또한 “본인이 다른 이유가 있다고 얘기하더라도 반복된 행동이 드러난다면 이는 습벽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과거 법원이 그의 절도 습관에 대해 언급했던 지점도 있다. 2005년 7월 조씨 절도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수법과 정황으로 볼 때 습벽으로 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반면 조씨가 직업적 수단으로 절도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도벽이 있는 것처럼 상습적 절도 행각을 보이고는 있지만, 습관적 행동보다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목적 아래 행해진 측면이 강해보인다는 시선이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씨의 절도 행위를 병적 도벽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는 치밀한 계획 아래 도둑질로 금전적 이익을 취했던, 그 행위를 직업처럼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 역시 조씨의 반복적 절도 행각에 대해 “습벽이라기보다는 생계를 꾸려가기 위한 행위에 가까운 것 같다”며 “과거 절도 행위를 했던 사람이 나이가 든 뒤에 본인이 할줄 아는 침입 등 기술을 먹고사는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씨 역시 경찰 수사에서 “생계 유지를 위해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또한 생계 유지를 위한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면서 여죄가 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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