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해야 할 한국 10대 스타트업의 오늘과 내일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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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7일 10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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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 미국의 경제지 포천은 '2018년 주목해야할 한국의 10대 스타트업(신생기업)'이라는 주제로 국내의 유망한 스타트업을 선정했다. 하이퍼커넥트, 메디블록, 마켓컬리, 지그재그, Gen.G(젠지, 구 KSV), 룩시드랩, 원티드랩, 샌드버드, 베스핀글로벌, 엑스브레인 등으로 구성된 이 명단은 모바일 앱을 만드는 회사부터 인공지능, 가상현실, 블록체인, 신선식품 유통, O2O, e스포츠, 클라우드 컴퓨팅까지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급성장하고 있는 회사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과연 어떤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기에 이렇게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일까? B2C, B2B, O2O, e스포츠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들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첫 번째 기사에서는 하이퍼커넥트, 마켓컬리, 젠지, 베스핀글로벌에 대해 정리했다.

하이퍼커넥트(영상통화, B2C 서비스)

하이퍼커넥트(Hyperconnect)는 영상 통화 기반의 SNS 서비스인 '아자르(Azar)'를 개발한 한국의 앱 개발사다. 2013년 말 첫 서비스를 시작한 아자르는 2018년 현재 전 세계 230개국에서 누적 다운로드수 2억 명을 돌파한 상태다. 아자르 앱을 실행하면 통신 속도나 단말기 사양과 관계 없이 전 세계 어디서나 상대방과 영상 통화가 연결된다. 화면을 오른쪽으로 밀어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을 수 있다. 현재 300억 건 이상의 누적 영상 통화 매칭을 실현한 상태다. 전 세계인들을 영상 통화라는 매개체로 연결해주고 있는 셈이다. 연결된 사용자들끼리 친구를 맺고 원할때 언제든지 다시 연결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글로벌 동영상 메신저 '아자르'(출처=아자르 홈페이지)
글로벌 동영상 메신저 '아자르'(출처=아자르 홈페이지)

아자르와 기존 영상 통화 SNS의 차이점은 뭘까.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BM)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아자르는 기본적으로 완전 랜덤 매칭이지만, 원하는 국가나 언어를 선택하고 싶은 사용자는 1주에 9900원인 유료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특정 국가와 연결되고 싶은 사용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이 BM으로 아자르는 지난 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비(非) 게임 부문 매출 전 세계 9위에 올랐다. 지난 해 하이퍼커넥트의 매출 624억 원 가운데 95%를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영상 통화 도중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비디오 필터와 스티커도 매출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하이퍼커넥트는 단순 SNS 서비스를 넘어 기술적인 성과도 내고 있다. 아자르는 웹 브라우저를 통해 영상과 음성을 주고받는 오픈소스 웹 기술표준 '웹 RTC(Web real time communcation)'를 세계 최초로 모바일에서 구현한 앱이다. 서버를 거치지 않고 개인끼리 바로 연결해 저렴하게 영상 통화를 가능하게끔 했다. 작년에는 영상 통화 도중 상대방에서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이를 상대방의 모국어로 번역해서 전달해주는 기능도 추가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실시간 번역을 구현한 것이다. 텍스트뿐만 아니라 특정 언어의 경우 음성까지 알아듣고 상대방과의 대화 화면 하단에 번역된 내용을 보여준다. 향후에는 사람의 얼굴 표정도 인식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이퍼커넥트는 5년 전 안상일 대표가 서울대 창업동아리 친구인 정강식 최고기술책임자와 포항공대 출신의 용현택 연구소장과 함께 창업한 회사다. 안 대표는 원래 서울대 재료공학과 재학 도중 검색엔진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레비서치'를 창업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레비서치는 국제 특허도 따고, 언론의 주목도 받았지만, 투자금을 제대로 조달하지 못해 좌초되고 말았다. BM 구축 실패로 첫 창업이 실패로 돌아가자, 처음부터 견고하게 BM을 설계한 후 하이퍼커넥트 창업에 나섰다.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추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으면 유료 결제를 하도록 유도해서 첫 달부터 수익을 냈다. 지난 4년 간 아자르의 매출은 30배 이상 성장했다.

안상일 하이퍼커넥트 대표(출처=IT동아)
안상일 하이퍼커넥트 대표(출처=IT동아)

안 대표는 처음부터 해외에 집중했다. 무슨 일을 하든 무조건 글로벌에서 하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안 대표의 의지를 바탕으로 아자르는 전 세계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되었다. 다양한 지역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다. 대만, 중동,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중동 지역의 시장성을 확인한 후 안 대표와 하이퍼커넥트는 중동의 문화, 언어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국내 외국인 어학당에 채용 포스터를 붙여 현지 출신 직원을 뽑는 등 현지화를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남미, 동남아, 인도 등 아자르 사용자가 많은 지역도 집중 공략했다. 현재 하이퍼커넥트 직원 180여명 가운데 20%가 16개국에서 온 외국인 직원이다.

하이퍼커넥트의 다음 목표는 상장을 통한 사업 규모 확대다. 국내에서만 사업을 진행하자면 지금 매출로도 충분하지만, 해외에서 글로벌 IT 기업과 경쟁하려면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업 공개를 통해 성장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큰 비즈니스와 책임있고 투명한 경영을 실현한다는 것이 안 대표의 다음 목표다.

마켓컬리(신선배송, O2O 서비스)

마켓컬리(Market Kurly)는 신선한 식재료를 매일 아침 고객들에게 배달해주는 서비스(신선배송)를 제공하는 유통 스타트업이다. 무농약 또는 친환경 음식 재료, 해외 식료품,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없는 유명 음식점의 음식, 유아용품, 생활용품 등을 마켓컬리만의 기준으로 선정해 매일 아침 7시까지 배달해준다. 고객들은 일요일을 제외한 주 6일 동안 신선한 식품과 음식을 배달 받을 수 있다. 저녁 11시까지 주문하면 이튿날 새벽에 배송해주는 샛별 배송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고, 사업 초기 야채, 육류, 빵 위주로 구성되어 있던 상품군도 반찬, 간강식품 등 생활 밀착 및 헬스의 영역으로 대폭 확대했다. 현재는 약 5000여종의 상품군을 취급하는 신선배송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마켓컬리(출처=마켓컬리)
마켓컬리(출처=마켓컬리)

마켓컬리를 설립한 김슬아 대표는 원래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학창 시절과 직장 생활 대부분을 보낸 인물이다. 한국에 돌아와 좋은 먹거리를 먹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사내 맛집 동호회 멤버로 같이 일하던 박길남 전략이사(CFO)와 의기투합해 마켓컬리의 전신인 '더파머스'를 창업했다. 2015년 5월 시작된 마켓컬리 서비스는 김슬아 대표처럼 먹을 것에 대한 고민이 많은 30~40대 워킹맘 사이에서 큰 호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자신이 느낀 불편함을 개선하는 서비스를 선보여 세상을 바꿔나간다는 스타트업의 기본 정신에 충실한 것이 성공의 가장 큰 비결이었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반 직장인으로 재직하던 김 대표는 좋은 상품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면서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날씨 영향에 따라 공급가가 달라지는 야채를 저렴하게 판매하다가 큰 손해를 본적도 있었다. 농약을 치지 않기 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지는 유기농 야채 속에서 양질의 제품을 찾기 위해 공급처를 지속적으로 바꾸기도 했다. 이러한 실패 속에서도 좋은 먹거리를 최대한 빨리 고객들에게 전달한다는 초기 비즈니스 모델은 결코 잊지 않았다. 이러한 노력 끝에 마켓컬리의 제품은 신선하고 먹을만하다는 인식을 고객들의 뇌리에 심어주는데 성공했다.

마켓컬리를 상징하는 샛별배송 서비스도 사실 시작을 앞두고 우여곡절이 많았다. 신선배송이라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많은 택배사를 만났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수익성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때문에 마켓컬리는 자체 물류 배송 시스템을 갖추고 서울과 수도권을 대상으로 신선배송 비즈니스를 진행해야만 했다. 정작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마켓컬리의 도전을 무모하다고 평가했던 기존 유통 사업자들도 하나둘씩 신선배송을 제공하며 슬그머니 마켓컬리의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결국 김 대표의 경영 철학과 이이디어를 바탕으로 마켓컬리는 서비스 출시 3년 만에 일 평균 주문량 8000건, 회원 수 60만 명, 월 매출 100억 원이란 우수한 지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연간 매출액도 2015년 29억 원에서 2016년 173억 원, 2017년 530억 원으로 매년 3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 오는 2020년에는 월 매출 1000억 원 달성이 목표다. 이제 스타트업이 아닌 유통업계의 중견 기업이라고 평가해도 될 정도다.

김 대표의 다음 목표는 서울, 수도권에 국한된 마켓컬리의 샛별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현실화하려면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때문에 내년 코스닥 상장을 진행해 자금을 확보하고 사업 규모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 프리 IPO(회사가 향후 몇 년 이내에 상장을 약속하고, 일정지분을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자금유치 방식)를 진행해 국내외 많은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수혈받았다.

마켓컬리의 신선배송 서비스. 다만 최근에는 신선배송을 위해 스티로폼, 코팅된 종이상자 등 1회용 포장용품을 지나치게 이용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출처=마켓컬리)
마켓컬리의 신선배송 서비스. 다만 최근에는 신선배송을 위해 스티로폼, 코팅된 종이상자 등 1회용 포장용품을 지나치게 이용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출처=마켓컬리)

마켓컬리는 지금 유통 혁신을 이끄는 유통 업계의 한축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이대로 주저 앉을지 기로에 서있다. 신세계, 롯데, 보광 등 유통업계의 대기업들이 신선배송에 뛰어들면서 샛별배송 서비스가 더 이상 마켓컬리만의 독특한 비즈니스가 아니게 된 것이다. 신선배송으로 인해 누적되는 적자도 마켓컬리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더한다. 얼마 전 마켓컬리처럼 반찬 등 먹거리를 신선배송으로 제공하던 우아한형제들의 '배민찬'이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발표를 했다. 또 다른 경쟁사였던 헬로네이처는 유통 업계의 큰손 BGF리테일(보광)에 인수되었다. 마켓컬리만 홀로 살아남아 유통 대기업과 경쟁해야하는 상황이다. 시중의 유통 대기업이 마켓컬리를 사들인다는 '마켓컬리 인수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김 대표가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주목해야할 시기다.

Gen.G(프로게임단 운영, e스포츠)

젠지 e스포츠(Gen.G, 구 KSV)는 대만계 미국인 케빈 추가 한국에서 설립한 종합 프로게임 구단이다. 한국 기업이지만, 창업주들이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들로 구성되어있는 점이 특이하다. 2017년 하반기 창단 후 리그오브레전드 구단인 삼성 갤럭시 레전드, 히어로즈오브스톰 구단인 MVP 블랙, 오버워치 구단인 루나틱 하이 멤버 등을 영입해 다양한 e스포츠 리그에 참여하고 있다.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히어로즈오브스톰, 클래시로얄, 포트나이트 등 전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게임의 프로 게임 구단을 운영하고, 스트리머를 후원 중이다.

젠지 e스포츠의 가장 큰 성과는 역시 오버워치 리그에 참가 중인 서울시 연고의 팀인 '서울 다이너스티'다. 류제홍, 김준혁, 김병선 등 인기와 실력을 겸비한 프로게이머를 영입해 팀을 꾸린 후 블리자드가 직접 주최하는 오버워치 리그 시즌 1의 일원으로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오버워치 리그는 토요타, 인텔, 디즈니 등 20여개 이상의 대기업이 후원하는 e스포츠 리그로,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과 함께 e스포츠 리그계를 양분하고 있다. 매 경기마다 약 10만 명의 시청자가 시청 중이며, 트위치 등 인터넷 스트리밍뿐만 아니라 MLG, ESPN, ABC 등 미국의 온라인 및 지상파 매체로도 방송되고 있다.

젠지(출처=IT동아)
젠지(출처=IT동아)

종합 프로게임 구단은 e스포츠의 종주국인 한국에선 정작 조금 생소한 개념이다. 한국에선 기업이 직접 프로게임단을 인수한 후 운영하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지고 있다. SK텔레콤 T1, KT 롤스터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해외에선 종합 프로게임 구단이 프로게이머와 프로게임팀을 육성하고, 기업과 홍보 및 마케팅 스폰서십 계약을 맺고 운영비를 충당하는 형태로 프로게이머 업계가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종합 프로게임 구단의 대표적인 사례로 팀리퀴드, 이블지니어스, 클라우드9, 에코폭스 등을 들 수 있다. 기존 프로게임팀이 성장해서 종합 프로게임 구단으로 거듭나는 경우도 있고,게임, e스포츠, 기존 프로스포츠 관계자들이 e스포츠 업계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창단하는 경우도 있다. e스포츠가 기존의 기업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다른 프로스포츠처럼 구단 중심으로 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케빈 추와 젠지 e스포츠는 창단 후 흥미로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케빈 추는 자신이 설립한 게임사 카밤을 2016년 넷마블에 8억 달러에 매각한 후 본격적으로 e스포츠 사업에 뛰어들었다. 카밤은 모바일게임인 마블올스타배틀을 개발한 회사로 지금도 넷마블 내에서 마블 관련 게임을 만드는 스튜디오로 활약 중이다. 처음 케빈 추는 카밤을 운영하던 시절 함께했던 멤버들과 함께 KSV라는 종합 프로게임 구단을 만들었다. KSV는 '코리안 실리콘밸리'의 약자로 e스포츠의 종주국인 한국에 미국인 멤버들이 뿌리를 내리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후 게임 산업의 새시대를 열겠다는 의미에서 'Generation Gaming'의 약자인 젠지 e스포츠로 구단명을 변경했다.

처음에는 PC로 하는 e스포츠를 중심으로 프로게임팀을 창단했지만, 이후 클래시 로얄과 같은 모바일 게임을 활용한 e스포츠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을 연고지로 하고 한국 게이머들을 주요 팬으로 거느리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 인기가 덜한 카운터스트라이크, 도타, 펜타스톰 등의 프로게임팀은 만들지 않고 있는 상태다.

베스핀글로벌(클라우드 컴퓨팅, B2B 컨설팅)

베스핀글로벌(Bespin Global)은 최근 기업이 신규 비즈니스를 진행할 때 필수라고 여겨지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기업 비즈니스를 위한 대규모 IT 인프라를 인터넷을 통해 임대해주는 사업)을 기업이 좀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Cloud Managed Service)'를 제공하는 업체다. 베스핀글로벌의 도움을 받으면 IT 관련 인력이 없거나 적은 기업도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IBM, 구글, 알리바바,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 등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좀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베스핀(출처=IT동아)
베스핀(출처=IT동아)

클라우드 매니지드란 기업이 클라우드 업체로부터 빌려온 IT 인프라 도입, 구축, 운영, 보안에 대한 걱정 없이 앱과 서비스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IT 인프라를 대신 운영, 관리해주는 비즈니스다. 기업이 좋은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려면 1) 우수한 IT 인프라, 2) 보안 3) 24시간 운영 감시, 4) 빠른 문제 해결, 5) 끊임없는 앱과 서비스 최적화 등 다섯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 첫 번째와 두 번째는 클라우드 제공 업체가 담당한다. 하지만 남은 세 가지는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기업의 몫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은 다섯 번째 요소 외에 다른 것을 신경쓰기 힘들다. 때문에 세 번째와 네 번째 요소를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 업체가 대신 관리해주고 있다.

베스핀글로벌은 국내 호스팅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호스트웨이를 창업한 이한주 대표가 설립한 기업이다. 이 대표는 인터넷 산업이 급성장할 것임을 예감하고 1998년 미국 시카고에서 호스트웨이를 창업했다. 이후 미국과 한국 등에서 관련 산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2014년 미국 사모펀드에 미국 호스트웨이를 약 3000억 원에 매각했다. AWS 등 클라우드 사업자가 급성장함에 따라 단순 웹 호스팅은 성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 이 대표는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기업이 점점 늘어날 것임을 예견하고 과거의 노하우를 살려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2015년 베스핀글로벌을 창업하고 한국, 중국 등 클라우드 관련 수요가 급증하는 국가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사실 베스핀글로벌의 사업 모델은 삼성SDS, LGCNS 등 SI(시스템 통합) 업체와 유사하다. SI 업체가 기업의 자체 인프라(온프레미스)에 앱과 서비스를 구축해주었다면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 업체는 기업이 클라우드에 앱과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클라우드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의 SI 업체들도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함에 따라 둘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와 기존 SI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핵심은 인프라에 대한 전문성이다. SI 업체들이 온프레미스 환경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 업체들은 클라우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BM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SI 업체들은 보통 기업의 직원 수나 IT 인프라의 CPU 코어 수를 기준으로 과금을 한다. 반면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 업체는 월 단위로 인프라 관리 계약을 맺는다. 직원 수나 CPU 코어수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 대표는 결국 기존 SI 업체도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로 전향할 수밖에 없다고 예견했다. 시장과 기업이 원하는 것이 온프레미스에서 클라우드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대한항공이 자사의 인프라를 유닉스 서버(온프레미스)에서 AWS 클라우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때문에 삼성SDS, LGCNS, SKC&C 등 국내의 주요 SI 업체들도 클라우드 매니지드 사업을 강화하면서 BM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스핀글로벌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클라우드 관련 기술자 영입과 발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베스핀글로벌에 근무 중인 클라우드 지원인력 270여명 가운데 150명 이상이 AWS 인증(AWS Certified) 클라우드 엔지니어다. 기술 다양성을 위해 1위 업체인 AWS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GCP 등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 관련 인증도 획득하고 있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출처=IT동아)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출처=IT동아)

자체 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기업이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거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온프레미스 + 클라우드) 형태로 클라우드를 이용하고 있을 경우 이를 손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여러 클라우드 자산을 하나의 인프라인 것처럼 관리할 수 있게해주는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 'BSP(Bespin Service Platform)'를 직접 개발했다. 기업의 인프라 담당자는 BSP에 접속해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IT 자산을 한군데에서 손 쉽게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다. 서비스 모니터링, 보안 관리 등 기업 원하는 중요 기능도 함께 제공한다.

이 대표와 베스핀글로벌의 다음 목표는 한국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는 것이다. 현재 베스핀 글로벌은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아직까진 한국에서의 비중이 더 높다. 하지만 사업 성장 속도는 중국쪽이 더 빠르다. 클라우드를 활용해 해외 진출을 꾀하는 중국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베스핀글로벌은 올해에만 200여개의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하는 등 중국내 사업 전개를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베이징, 상하이, 선전, 청두 등에 사무실을 두고 60명 이상의 직원을 직접 고용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내 사업을 위해 AWS, 마이크로소프트뿐만 아니라 알리바바, 유클라우드 등 중국내 클라우드 사업자와도 파트너 계약을 맺었다.

동아닷컴 IT전문 강일용 기자 z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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