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하현준]과학자 격려하는 사회 분위기 만들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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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준 한국외국어대 화학과 교수·대한화학회장
하현준 한국외국어대 화학과 교수·대한화학회장
3월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화학회에 다녀왔다. 일본화학회는 학회의 국제적 권위 향상과 협력 강화 등을 위해 이웃 나라들의 화학회를 초청해 학술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대한화학회를 대표해 간단한 연설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연설을 준비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일본으로 출발하기 전 일본 화학사와 일본화학회 역사 등에 대해 살펴봤다. 자료를 살피다가 그동안 필자도 알지 못했던 놀라운 사실들을 알게 됐다. 일본화학회는 1878년 결성돼 올해 140주년을 맞이했다. 순종황제가 승하한 1926년 이미 최초 영문 학술지를 매달 발간하기 시작했다. 올해 72주년을 맞이한 대한화학회는 영문 학술지를 1980년에야 발간했다. 이런 내용을 알게 된 뒤 일본이 노벨화학상 수상자 7명을 포함해 과학 분야에서만 노벨상 수상자를 22명이나 배출하게 된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흔히 일본을 가장 우습게 여기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고 한다. 우리가 그동안 일본을 너무 가볍게 평가하지는 않았는지 자문하게 됐다. 일본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힘든 고통의 시간들은 분명 커다란 아픔의 역사로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통해 한번쯤 우리를 되돌아보는 것도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일본의 앞선 과학적 진보는 결코 짧은 기간 동안 우연하게 이루어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림픽 선수를 양성하듯 특정 연구자가 해당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정책은 아쉽게도 장기적으로 볼 때 과학의 진보와는 상당 부분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보다는 모든 국민이 과학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젊고 유능한 과학자가 많이 양성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을 먼저 해야 한다. 그래서 깊이를 더하고 그 깊이가 곧 새로운 분야와 과학적 진보의 출발이 될 수 있도록 투자하고 기다려야 한다. 이렇게 과학자를 격려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선행돼야 한다.

교육 담당 기관이나 부서는 젊은 청소년들이 과학에 대한 기초를 단단하게 다지고 과학적인 주제에 흥미를 더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 연구를 지원하는 기관이나 부서는 젊은 연구자들이 다양한 연구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많은 연구비가 배분돼야 할 것이다. 화학 등 과학 분야의 출발은 이웃 일본을 포함하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한참 늦었다. 하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그 간극을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하현준 한국외국어대 화학과 교수·대한화학회장
#과학자#격려#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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