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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김치가 만리장성을 넘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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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김치가 만리장성을 넘으려면

동아일보입력 2015-05-08 03:00수정 2015-05-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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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형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중국본부장
2010년 한 해 38만 달러까지 늘었던 김치의 중국 수출이 ‘100g당 대장균 30마리 이하 검출’ 위생 기준에 묶여 2013년 이후 실적이 전무하다. 한국은 김치 수출 재개를 위해 지난해 7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우선협력분야로 제안했고 실무자 협의를 거쳐 중국 정부가 올해 2월 개정안을 발표했다. 조만간 수출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반 여건은 녹록지 않다. 먼저 가격. 통관 때 관세(25%)와 증치세(17%·부가가치세에 해당)를 감안하면 중국산보다 100∼150%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품질은 어떤가. 김치는 기술 장벽이 높지 않다. 중국산은 한국산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와 가격 차를 상쇄할 정도의 품질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 중국은 냉장 물류 시스템이 열악해 유통 중 시어 버리는 때가 많아 중국인의 클레임이 늘어난다. 특히 수출 김치는 해상 운송 및 통관 기간까지 추가돼 진출 가능 지역이 제한적일 것이다.

또 중국의 연간 김치 생산량 30만 t 중 내수는 6만 t에 불과해 소비시장은 아직 미미하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유통시장은 미로와 같고 텃세가 심하다. 대형 마트에 들어갈 때 입점비, 바코드비, 판촉비 등 갖가지 부대비용이 따른다.

aT는 위생 기준이 개정되는 즉시 베이징 상하이 등에서 판촉전을 열고 바이어 상담회를 추진하는 등 초기 시장 확보를 위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또 칭다오 물류기지와 중국 내 공동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원활한 유통을 지원하고 소비 증진 홍보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김치 종주국의 위상을 세우려면 기업과 정부의 입체적 노력도 필요하다. 기업은 수요 확대를 위해 살균 볶음 김치전 김치볶음밥 등 품목을 다양화하고 건강 김치 개발, 포장재 차별화 등 프리미엄 전략을 세워야 한다.

또 중국인이 좋아하는 첨가제를 사용하고 지역별 특성에 맞게 출시할 필요가 있다. 제조원가를 낮추려면 고추 마늘 양념은 중국산을 수출용 원자재로 써서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한국에서 만들어도 원산지가 인정되는 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공동 브랜드로 중국에 진출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최근 aT가 상표 등록한 ‘신치(辛奇)’를 정통 브랜드로 통합해 차별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의 역할도 긴요하다. 배추는 만성 수급 불안 품목이다. 꾸준한 공급을 위한 가격 폭등 방지 대책과 수출 기반 강화를 위한 정책이 요구된다. 높은 비관세장벽을 낮추기 위해 중국 정부 관계자를 초청해 김치공장 제조 과정의 안정성을 보여 주고 통관 기간을 줄이려는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


김치는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음식이지만 긍지와 자부심만으로 시장이 열리지는 않는다. 거대한 중국 시장 개척은 열정만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하지만 김치가 만리장성을 뛰어넘어야 비로소 ‘김치 세계화’의 본류를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베이징에서

이필형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중국본부장


#김치#수출#만리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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