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영언]‘야설’

  • 입력 2006년 5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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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시절 친구들과 ‘야한 소설’을 돌려 읽었던 일이 떠오른다. 몰래 보다가 선생님이 나타나면 얼른 감추고 공부하는 척하곤 했다. 당시만 해도 그런 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책을 가져온 친구는 ‘인기 짱’이었다. 하지만 성(性)에 대한 금기의 벽이 낮아지면서 지금 그런 책은 그야말로 홍수 같다. 인터넷은 물론이고 휴대전화에서도 야한 소설을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이른바 ‘야설’이다.

▷현재 우리나라엔 30∼40개의 야설 공급업체가 활동하고 있으며 각 업체에 평균 10여 명의 작가가 소속돼 있다고 한다. 불륜, 직장 내 성폭력, 근친상간, 변태 등이 이들이 다루는 소재다. ‘불타는 밤’ 등 제목부터 그렇고 그렇다. 자극적인 상황을 얼마나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느냐에 따라 작가의 능력과 원고료가 판가름 난다니 시장원리에 맞긴 맞다. 음란의 강도(强度)를 높이기 위한 ‘야한 경쟁’이 벌어질 만도 하다.

▷휴대전화 야설 서비스로 큰돈을 번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와 콘텐츠 공급업체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3년간 5953건의 야설을 올려 47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통 3사가 챙긴 돈만 198억 원이다. 콘텐츠 업체와 한통속이 돼 음란장사를 했다니 이들이 강조해 온 ‘윤리경영’은 이 부분에서 ‘불륜경영’이 되는 셈인가. 무엇보다 이들 업체가 제공한 야설은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됐을 것이다.

▷야설뿐 아니다. 지금 휴대전화에는 ‘야동’(야한 동영상) ‘야사’(야한 사진) ‘야음’(야한 음향) 등 ‘야’자 돌림이 난무하고 있다. 청소년의 접근을 막기 위한 성인(成人)인증절차가 있지만 효과적인 제재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다. 누구든 떠도는 성인 주민등록번호 하나만 구하면 마음대로 접근할 수 있다. 당국이나 이통 3사, 콘텐츠 업체 관련자의 아들딸도 예외가 아니다. 불량식품이건, 불량소설이건 만들어 파는 사람들도 자식 사랑은 남 못지않을 것이다.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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