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발의 천재’ 일본에 또 당하지 말아야

  • 입력 2006년 4월 2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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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독도 부근 수로를 측량하려는 시도를 중지해 배를 거둬들이고, 한국은 그 대신 한국식 해저지명 등록을 적절한 시기로 미루기로 22일 외교차관 협의에서 합의했다. 이런 외교적 미봉(彌縫)에 대해 중국 징화(京華)시보는 “겉으로 보면 ‘윈윈’처럼 보이지만 실은 일본이 주도권을 쥐었고, 일본에 유리하게 흘러갔다”고 논평했다. 일본은 한국의 지명 등록을 일단 막았으니 성공이요, 수로측량은 역사상 한 적이 없으니 ‘안 해도 그만’이라는 얘기다. 이 신문은 “도발에 처한 한국은 무력(武力) 불사의 자세로 국제적 관심을 끌었으나 이 역시 일본의 독도 분쟁화 의도에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의 외교협상이 끝나기 전에 일본계 한국인 호사카 유지(保坂祐二) 세종대 교수는 “일본은 도발의 천재”라고 했다. 숱한 내전(內戰)을 경험한 일본은 ‘싸우기 전에 이겨 놓는 사전공작에 치밀하며, 이번 측량 도발도 그런 준비된 도발’이라고 그는 보았다.

일본은 측량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6월 말까지 중지’라는 합의 시한을 넘기면 언제라도 ‘배 두 척과 외교관 몇 명’이라는 값싼 투자로 도발을 재개할 자락을 깔아 놓았다. 우리의 우려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도발의 천재’에 맞서 독도 주권을 당당하게 지켜 내고, 한일 관계의 대국(大局)을 보고 총체적 국익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국제적으로도 지지받는 외교를 해야 한다. 5월부터 재개될 배타적 경제수역(EEZ) 협상이 그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번 사태의 진정(鎭靜) 과정에선 미국도 일본에 ‘압력’을 넣었다고 한다. 중국의 급부상(急浮上)으로 동북아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미국으로선 두 동맹국의 대치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을 놓고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도 비상한 관심을 갖고 사태를 지켜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동북아의 이런 국제정치적 역할을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한 외교역량 강화가 시급하다. 자주(自主)라는 말이나 되뇌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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