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광재 의원의 기묘한 斷指 변명

  • 입력 2005년 5월 19일 2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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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 자신의 단지(斷指)에 대한 입장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띄웠다. “암울했던 1986년, 시위를 주동할 예정이었던 내가 입대하게 되면 보안사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할 것이고, 고문을 못 이겨 동지의 이름을 불게 되면 동지들이 잡힐 수 있는 상황이어서 스스로 손가락을 버려 태극기에 ‘절대 변절하지 않는다’는 혈서를 썼다”는 것이다.

이 의원의 오른쪽 둘째손가락 절단은 1980년대를 함께했던 젊은이들의 고뇌와 상처를 상징할 수도 있다. 반(反)독재, 민주화 투쟁 속에서 투옥과 고문이 줄을 잇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의 해명의 진정성 여부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개인 이광재의 상처를 헤집자는 것이 아니라 ‘이광재’라는 이름 석자가 노무현 정권의 도덕성 및 개혁성과 겹쳐져 있기 때문이다.

그의 단지는 명백한 병역법 86조 위반이다. 스스로 병역의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신체를 손상했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가 술회한 명분도 수긍하기 어렵다. 당시엔 다른 많은 학생들도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 그중엔 이 의원보다 더한 고통을 겪은 학생들도 많았지만 이런 식으로 병역을 기피한 예는 극소수 주사파(主思派)뿐이다.

더욱이 이 의원은 2년 전엔 “당시 위장 취업자로 인천의 한 주물공장에서 기계를 다루다가 손가락이 잘렸다”고 지금과는 다른 말을 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진정한 고백성사가 없다면 그의 해명은 구차한 변명이자, 같은 시대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다.

그의 해명이 진심이라고 해도 ‘도덕성의 이중 잣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는 명백한 위법까지도 ‘시대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것이었다’는 주장은 결국 ‘자신은 언제나 옳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은 언제나 틀렸다’는 이분법적 사고와 행동을 낳기 때문이다. 노 정권의 실세(實勢)라는 이 의원의 이런 설득력 없는 독선과 아집이 편 가르기와 흑백논리, 코드 인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는지 착잡할 뿐이다. 이 의원과 현 정권 속의 동료들은 ‘자신에게 엄격하라’는 경구를 되새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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