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야구]정은순 인터뷰

  • 입력 2000년 9월 27일 2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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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야 이제 새색시죠. 초보 아줌마가 힘이 떨어질 이유가 없죠. 프랑스 선수들이 우릴 그동안 많이 깔봤던 모양이예요. 지고 나서 저렇게 우는 걸 봐요."

27일 밤 '시드니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여인' 정은순은 눈가에 맺힌 이슬을 애써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그러나 끝내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그는 또 엉치뼈를 타고 허리에 송곳처럼 전해오는 부상의 아픔에 미간을 찡그리긴 했어도 국내외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는 환하게 웃으며 특유의 달변과 위트로 화답했다.

"예선 포함해 6경기중 가장 힘든 경기였어요. 상대 센터인 이사벨 피잘코프스키 선수가 워낙 힘이 좋았어요. 여기서 내가 밀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으로 이를 악 물었죠."

한살 아래 후배 전주원과 함께 국내 여자농구의 맏언니인 정은순이 프랑스전에 대비한 비장의 무기는 희생정신. 같은 센터인 정선민이 국내에선 라이벌이지만 "올림픽이란 큰 무대에선 한 살이라도 많은 내가 양보해야 한다" 는 자세로 경기에 임했다.바로 이게 승리와 직결됐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동안 올림픽과는 정말 인연이 없었어요. 88년 서울올림픽때는 한달전 갑자기 갑상선이 안좋아져 아예 출전조차 못했어요. 92년 바르셀로나는 출전권을 얻지 못했고 96년 애틀랜타때는 컨디션이 안좋았죠. 이번엔 시드니행 비행기를 타는 순간까지 정말 몸조심했어요."

정은순은 한국에 있는 남편이 보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이틀에 한번 정도만 전화하는데 남편에겐 여기가 너무 좋아 집에 가기 싫다고 했다" 고 말해 좌중에 웃음꽃을 피게하기도 했다.

한국 선수단의 인터뷰 매너가 도마에 올랐던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은순의 이날 인터뷰 장면은 금메달 만큼이나 반짝 반짝 빛났다.

<시드니=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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