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홀로코스트 이후 40년… 프리모 레비의 삶과 고통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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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모 레비의 말/프리모 레비, 조반니 테시오 지음·이현경 옮김/232쪽·1만6000원·마음산책

“프리모 레비는 아우슈비츠에서 죽었다. 그곳에서 나온 뒤 40년 뒤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작가인 엘리 위젤은 프리모 레비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이렇게 애도했다. 위젤과 같은 홀로코스트 생존자였던 레비는 1987년 4월 이탈리아 토리노의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화학자였던 그는 ‘이것이 인간인가’, ‘주기율표’ 등 문학 작품을 통해 참혹한 시대의 진상을 알린 것으로 유명하다. 스스로도 “이야기가 최고의 치료제”라며 과거를 극복하려 했던 레비는 끝내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책은 레비가 생을 마감하기 전 세 차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다. 이탈리아의 문학 교수로, 레비와 10년 동안 우정을 나눈 조반니 테시오가 인터뷰어다. 두 사람은 레비의 자서전을 쓰기 위해 녹음기를 사이에 두고 과거를 차츰차츰 더듬는다. 세 번째 만남 이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이야기를 털어 놓기 직전, 레비의 사망으로 인터뷰는 중단됐다.

인터뷰는 매우 전통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레비의 부모를 비롯한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해 그의 유년 시절과 학창 시절 등 시간 순서대로 삶을 훑는다. 레비는 침착한 어조로 솔직하게 자신의 기억을 털어놓는다. 극도로 내성적인 성격 탓에 여성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거나, 주변 사람들에 대해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도 말이다. 그러면서 고통스러운 기억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하길 꺼려하는 모습도 보인다.

갑작스레 멈춘 인터뷰 탓에 아우슈비츠에 관한 직접적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의 책을 읽어보지 않은 독자라면, 작품을 먼저 보는 것이 더 와닿을 것 같다. 그러나 그의 글을 감명 깊게 본 독자라면, 책을 집필하게 된 다양한 내막을 짐작할 수 있어 흥미로울 듯하다.

또 직접적 언급이 없더라도 파시즘의 광풍이 어떻게 일상을 서서히 망가뜨리는지 간접적으로 그 분위기를 감지해볼 수 있다. 죽고 나서야 알려진 그의 우울증과 죄책감, 트라우마의 흔적도 어렴풋이 느껴진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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