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시장서 안 속는 법? 너무 싼 집은 일단 조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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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공개 사이트 ‘인어교주해적단’ 운영 김용완씨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의 한 수족관에서 광어를 들어 보인 인어교주해적단 창업자 김용완 씨. 그는 “광어의 배가 하얀 것은 자연산, 거뭇한 얼룩이 있으면 양식”이라며 “겨울을 제외하면 대체로 양식이 더 맛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의 한 수족관에서 광어를 들어 보인 인어교주해적단 창업자 김용완 씨. 그는 “광어의 배가 하얀 것은 자연산, 거뭇한 얼룩이 있으면 양식”이라며 “겨울을 제외하면 대체로 양식이 더 맛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사장님 장사 잘되시죠?”

“지난주까진 좋았는데 요즘 광어 가격이 많이 올라서 영 별로야.”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을 누비며 상인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김용완 씨(36)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머리를 박박 밀고 티셔츠엔 자신의 얼굴을 큼지막하게 새겨 놓았다. 외모와 달리(?) 그의 말투는 순박하고 구수했다. 상인들은 그가 익숙한 듯 스스럼없이 매출 전표를 보여 주며 시장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노량진 수산시장과 가락시장 등 주요 수산물 시장의 당일 시세 정보를 알려주는 ‘인어교주해적단’의 창업자다. 정찰제를 시행하지 않는 전통시장의 가격을 블로그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공개하는 사이트다. 독특한 회사 이름은 바다를 연상케 하는 단어들을 무작위로 붙여 지었다. 전국 70여 개 전통시장 300여 점포와 제휴하고 있으며 하루 약 2만 명의 소비자가 인어교주해적단을 이용한다.

그가 인어교주해적단을 연 건 2013년. 서강대 중국어과를 졸업한 뒤 증권 트레이더와 학원 강사로 일하던 그는 ‘내 일’을 해보잔 생각에 친구인 윤기홍 씨와 함께 창업에 나섰다. 아이템은 수산물이었다.

하지만 막상 사업에 뛰어드니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막막했다. 매일 노량진 수산시장을 몇 바퀴씩 돌며 분위기를 익히는 게 일과였다. 그때 그의 눈에 수산시장 특유의 ‘깜깜이 영업’이 눈에 띄었다.

“수산시장은 상인과 고객 사이에 정보 격차가 굉장히 큽니다. 생선의 종류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는데 이 생선의 가격이 적정한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바가지요금이어도 상인들의 말만 믿고 살 수밖에 없는 거죠.”

당시 노량진수산시장은 지나친 호객행위와 바가지요금으로 젊은 소비자의 발길이 뚝 끊겨 영업에 어려움을 겪던 때였다. 그는 매일 발로 뛰며 정확한 시세를 확인해 공개하면 소비자와 상인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상인들은 정확한 시세를 알려주면 인터넷에 매장을 홍보해 주겠다는 그를 사기꾼 보듯 했다. 시세보다 부풀린 가격을 일러 주는 상인도 있었다. 공부하지 않고선 상인들을 제압할 수 없었다. 그는 전국의 수산시장과 양식장을 돌며 수산업 관계자들과 친분을 쌓았다. 새벽 경매에도 꼬박꼬박 참여해 시세에 대한 감을 익혔다.

초기 1년은 무료로 매장을 홍보했다. 2년 전부턴 상인들이 “덕분에 매출이 2, 3배 늘었다”며 자발적으로 수고비를 챙겨 주기 시작하며 얼떨결에 유료화가 됐다. 제휴를 원하는 업체가 노량진에만 10여 곳이 더 있어 매장을 늘리면 수익이 늘어나지만 그는 당분간 제휴 매장을 늘릴 계획이 없다고 했다. 직원들이 오전마다 일일이 매장별 시세와 품질을 확인하는 방식이라 자칫 규모를 키웠다가 소비자와 상인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인어교주해적단을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수산시장에서 좋은 수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하려면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

“다른 집보다 유달리 가격을 싸게 부르는 집은 경계하셔야 해요. 싸게 부른 다음 저울 장난으로 1∼2kg 무게를 더해 비싸게 파는 집이 아직 있습니다. 자연산이라며 수조에서 꺼내 보여 주는 것도 사지 마세요. 자연산은 수조 밖에서 금방 죽기 때문에 물 밖으로 꺼내 보여주는 상인들은 없거든요. 바구니에 양식 생선 담아 보여 줄 때 뻐끔거리는 거 불쌍하다고 억지로 안 사셔도 돼요. 숭어 같은 애들은 맨바닥에 둬도 한 시간씩 살아 있습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인어교주해적단#김용완#노량진수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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