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이순신 장군 난중일기 완역한 노승석씨

  • 입력 2005년 10월 18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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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석 씨(위)와 난중일기 한 대목.
노승석 씨(위)와 난중일기 한 대목.
국보 제76호로 지정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亂中日記) 전체가 처음으로 완역됐다.

초서전문가 노승석(盧丞奭·36) 씨는 한자 초서체로 된 난중일기 전체를 해독하고 교정, 감수해 이달 말 ‘완역 난중일기’를 펴낸다.

난중일기는 부록인 서간첩과 임진장초(임금에게 올린 장계의 초안)를 포함해 9책으로 돼 있다. 전체 글자수가 13만여 자에 이르는 데다 한문 초서체로 흘려 썼기 때문에 해독에 어려움이 있었다.

“1795년 정조의 명으로 이를 정자(正字)화한 ‘충무공전서’도 초서체 해독의 어려움 때문에 60%가량이 누락됐습니다. 1935년 조선사편수회에서 서간첩과 임진장초를 제외한 난중일기 필사본 7책 분량을 정자화한 ‘난중일기초’를 펴냈고 이는 1960년 노산 이은상(鷺山 李殷相)이 번역한 ‘난중일기’ 등 수많은 번역본의 교범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여러 대목이 누락돼 있고 오류도 많았습니다.”

노 씨는 2003년 10월 문화재청이 주관한 국보급 문화재기록물의 DB화 작업에 참여하면서 전체 13만 자를 완전 해독했다. 그 과정에서 ‘난중일기초’에 수록되지 않은 부분을 추가 해독한 글자 수가 8500여 자에 이르며, 오류를 발견한 곳은 100여 곳, 150여 자에 달한다.

“1598년 9월 20일자에 조선수군과 명나라 육군이 수륙협공을 펼치는 장면에서 유도(<島·현재 전남 여수시 송도)라는 지명이 나오는데 이는 묘도(猫島·전남 여수시 묘도동을 이루는 섬)의 오독입니다. 또 무상(無上)이라는 직책은 갑판수를 뜻하는 것인데 물 긷는 군사(汲水軍)로 잘못 번역했으며 ‘여진(女眞)이라는 여종과 잠자리를 했다’는 ‘여진공(女眞共)’이란 표현의 공(共)자를 스물 입(卄)자로 봐서 잠자리의 횟수로 오해하게 만들었습니다.”

‘완역 난중일기’는 그동안 조명되지 못했던 충무공 주변 인물들에 대한 관심도 불러일으킨다. 서간첩 10통의 편지 중 7통의 편지가 충무공이 현즙(玄楫)이란 인물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현즙은 충무공의 인척이면서 막역한 사이였던 것 같습니다. 충무공의 맏아들 이회의 편지를 보면 충무공이 전사한 뒤 직접 제문을 지어 제사를 주관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또 충무공을 연모한 한양기생의 이름이 세산월(歲山月)이 아니라 내산월(萊山月)인 것으로 확인됐다. “선조 때 문신 이춘원(李春元·1571∼1634)이 내산월을 위해 남긴 시가 전해지지요. 내산월은 한양기생이면서도 전남 영광까지 내려와 충무공과 밤늦도록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 것(1596년 9월 11일자)으로 보아 남다른 의기(義妓)였던 것 같습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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