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각지대 방치된 미취학 아동 학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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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고준희 양과 만취한 엄마의 담뱃불로 인한 화재로 세상을 뜬 삼남매의 소식이 새해 벽두부터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준희 양(당시 5세)은 숨지기 직전 아버지와 동거녀에게 폭행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의 폭행이 준희 양을 사망에 이르게 했는지는 조사가 필요하지만 이전부터 학대와 방치를 한 흔적이 속속 나오고 있다. 네 살, 두 살, 생후 15개월 삼남매도 부모의 방치 가능성이 있다. 집을 덮친 화마(火魔)는 엄마의 실수였다지만 그전 4시간 이상 부모는 집에 아이들만 내버려뒀다.

2015년 12월 ‘인천 맨발 탈출 소녀’, 2016년 3월 ‘평택 원영이’ 사건 이후 정부는 아동학대 대책을 줄줄이 내놨다. 지난해에는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았거나 장기간 무단결석해 학대 의심이 있는 어린이를 발견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그러나 준희 양처럼 초등학교 입학 전인 영·유아는 사회의 관심에서 단절돼 있는 실정이다. 준희 양은 지난해 3월 31일부터 어린이집에 나가지 않았지만 아버지가 실종신고를 한 지난달까지 8개월 동안 아무도 몰랐다. 만 5세 이하 영유아는 아동학대 감시망의 사각지대에 있다. 보육료, 양육수당을 신청하지 않거나 예방접종, 건강검진을 받지 않는 영·유아 가정에 대해 상시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시스템을 만든다고 아동학대가 자동으로 근절되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내 자식 내 마음대로 키우는데 무슨 상관이냐’란 뿌리 깊은 인식을 바꿔야만 한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아동학대의 가해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친부모로 나타났다.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가 아닌 사회의 일원인 만큼 아동학대 예방에는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고준희#만취한 엄마의 담뱃불 화재#아동 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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