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략 전술 게임, 뇌 발달에 긍정적 영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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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화 서울아산병원 교수 논문

뇌가 활성화되는 부위를 찍을 수 있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게임경험군의 뇌(사진)를 찍었다. 실험을 하는 동안 게임경험군이 비경험자에 비해 고위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앞쪽 뇌가 더 많이 활성화(반짝이는 부분)된다는 것이 확인됐다. 강동화 교수 제공
뇌가 활성화되는 부위를 찍을 수 있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게임경험군의 뇌(사진)를 찍었다. 실험을 하는 동안 게임경험군이 비경험자에 비해 고위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앞쪽 뇌가 더 많이 활성화(반짝이는 부분)된다는 것이 확인됐다. 강동화 교수 제공

중학교 3학년인 강모 군은 방학이 된 후 하루에 1시간씩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즐긴다. 학교를 다닐 때도 1주일에 4시간 정도 게임을 했다. 강 군의 어머니는 “아이가 어릴 적부터 게임을 좋아했다”며 “게임을 많이 하면 머리가 나빠진다고 해 특히 걱정”이라고 말했다.

과연 게임을 많이 하면 머리, 즉 뇌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이와 상반된 결과의 논문이 최근 발표돼 화제다. 강동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와 같은 전략 전술 게임을 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시(視)지각 학습능력이 더 발달됐고, 고위 인지능력 형성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학술지 ‘신경과학저널(The Journal of Neuroscience)’ 최근호에 게재했다.

지각 학습은 반복적으로 훈련하면 잘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시지각 학습은 계속 보면 더 잘 보게 되는 것이다. 이 학습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의식적으로 이뤄진다는 데 있다.

강 교수는 “미국 연수 시절 시지각 학습능력이 매우 뛰어난 학생을 만났는데, 그 학생이 중고교 시절 스타크래프트 등 전략 전술 게임을 무척 즐겼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 같은 게임은 수많은 시각 정보를 실시간으로 반복해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게임 경험자가 무경험자보다 시지각 학습능력이 좋을 것이라는 가정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전략 전술 게임의 대표주자인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를 1000번 이상 했고, 최근 3개월 동안 1주일 중 4시간 이상 해온 실험군 15명과 전혀 게임을 한 적이 없는 대조군 16명을 대상으로 시지각 학습능력에 대해 실험했다. 실험군과 대조군 모두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남성으로 구성했다.

그 결과 게임경험자군이 비경험자군보다 시지각 학습능력이 뛰어났고,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는지 알아보는 장치)에서
앞쪽 뇌(전두엽)가 더 많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 뒤쪽 뇌와 고위 인지능력을 담당하는 앞쪽 뇌(전두엽)로 가는 연결도 더 탄탄하게 나타났다. 즉 다량의 시각 정보를 재빨리 처리하면서 앞쪽 뇌가 담당하는 의사결정을 하는 능력, 즉 고위 인지능력도 더 발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전략 전술 게임은 뇌 기능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다만 적절하게 자극을 주는 수준이어야지 중독이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실험군도 게임을 즐기면서 일상생활을 잘하는 사람들로 구성했다. 게임 중독이 되면 마약에 중독된 것처럼 뇌의 인지능력과 감정 조절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은 기존 여러 실험 등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전략 전술 게임#뇌 발달#긍정적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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