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철현]한국 성평등 순위가 세계 111위라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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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현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철현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매년 성차별지수(GGI)를 발표할 때마다 한국 사회는 성차별 논쟁으로 불필요한 홍역을 치른다. 최근에도 세계경제포럼은 한국의 성평등 지수가 세계 136개국 중 111위로 최하위권이라고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그 순위도 2010년 104위, 2011년 107위, 2012년 108위, 2013년 111위로 하락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 조사는 과연 적절한 것일까? 과연 한국의 성평등 수준이 인도(101위)나 부르키나파소(103위) 같은 나라들보다도 못한 것일까? 예를 들어 한국이 특히 낮은 하위지표 중에는 ‘대학등록률’이란 항목이 있다. 2013년 보고서에 제시된 한국의 성별 대학등록률은 여자가 86%, 남자가 115%로 세계 108위이다. 얼핏 한국 여성들이 성차별로 인해 대학 진학에 불리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오류가 있다. 이 지표가 실제로는 ‘대학진학률’이 아니라 고교 졸업 후 5년간의 대학 재학자 비율이기 때문이다.

의무 복무를 해야 하는 한국 남자 대학생들은 대부분 재학 중 입대를 한다. 그리고 우리 통계에 따르면 군 복무 중인 대학생은 재학생으로 집계한다. 따라서 이 조사대로라면 한국의 대학생 중 남녀 비율은 언제나 남성이 월등히 높을 수밖에 없다. 성차별과는 전혀 관계없는 부실한 통계에 의한 오류다.

이런 내용들은 필자가 몇 년 전 세계경제포럼에서 일하는 담당연구원, 그리고 캐나다의 유네스코 통계 담당자, 여기에다 우리 통계청의 담당자를 통해 확인한 사실이다. 당시 통계청 담당 직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문제는 또 있다. 순위가 남녀의 격차로 결정되는 구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 국가는 여성의 90%가 대학을 가고, B 국가는 50%가 진학한다고 치자. 상식적으로 A 국가의 성평등 수준이 더 높을 것이다. 하지만 A 국가 남성의 대학진학률은 95%고, B 국가의 남성들은 51%가 대학에 간다면 세계경제포럼 집계상으로는 B 국가가 월등히 성차별이 적은 나라, 성평등이 이뤄진 나라로 평가받는다. ‘격차’로 결정하는 방식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남녀가 각각 93%씩 초등학교에 진학하는 인도(1위)에 비해, 여아의 98%가 초등학교에 진학하는 한국의 여성 지위는 단지 남아가 1% 더 진학한다는 이유로 매우 열악한 86위이다.

여성부와 여성단체는 이런 통계를 적극적으로 바로잡아야 하는데, 오히려 즐기며 이용한다는 생각이 든다.

박철현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성차별#통계#여성부#여성단체#성차별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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