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아직 강남의 집을 처분하지 못했다. 집을 보러 오는 사람조차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김 씨는 잠원동의 아파트를 전세로 임대했고, 윤 씨는 전세 수요자도 찾지 못해 비워둔 상태다.
강남 집값 하락은 진행형이지만 두 사람 모두 마음을 졸이지 않는다. 김 씨는 “돌아갈 마음이 있으면 가격이 떨어질 때 불안할 텐데 이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나 미련이 전혀 없다”며 “찾는 사람만 있으면 바로 처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강남에서 남들과 비교하며 사는 게 저나 아이들이나 스트레스였어요. 강남만큼 살기 편한 곳도 드물 테지만 이제 불편한 한옥이 좋네요.”
○ 락(樂), 열린 세상 사니 지병 천식도 잠잠
한옥에 와 수다꾼으로 변신한 이들. 열린 대문 사이로 내부를 들여다보는 외국인, 골목길 편의점 아저씨, 옆집 이웃들…. 이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윤 씨도 스스로가 신기하다는 듯 웃었다. “양재동에 살 때 집 문을 열어두는 것은 상상도 못했어요. 이웃들과 수다를 떨다 보니 활기가 넘치고 지병이던 천식도 가라앉았어요. 제 나이에 참 즐거운 변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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